목요일에 극적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이번 이사는 이리저리 걱정이 많았습니다. 짐이 워낙 많아 덜어 내는 일도 한참이고 오랜만에 포장이사도 아니고 일반이사로 하니 짐 싸는 일도 보통이 아니습니다
우여곡절 이사는 잘 마치고 이제 남은 건 쌓인 짐의 정리입니다. 이사 온 곳의 짐도 정리하고 두고 온 곳의 짐도 마무리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할 일도 아니고 해도 해도 끝이 나질 않는 듯합니다.
이사 후에 피곤한 몸을 뉘이고 나서 더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이 이사 온 고양이 녀석입니다. 잔디와 나무가 가득이던 단독주택에서 답답한 아파트로 오게 되니 가뜩이나 환경변화에 예민한 녀석이 밤새 잠을 안 자고 울고 다닙니다. 덕분에 어젯밤은 꼬박 새웠습니다. 새벽이 되니 머리가 아파 터질 지경입니다 몸은 피곤하지, 고양이는 야옹 거리지, 혹시나 이사 온 날 이웃에 피해가 될까 신경도 쓰여 온 몸이 피곤했습니다. 짜증도 나긴 했습니다만, 말도 못 하고 환경이 변화된 녀석의 불안은 또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야옹거리며 집 안을 돌아다닙니다. 그런 녀석을 가만히 보면서 어쩌면 저 녀석의 야옹거림은 먼저 집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리셋 작용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야옹거리면서 지난 기억을 지우면서 새 집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다니는 기억 지우기의 작동일 수도 있겠다 생각도 해 봅니다.
기억과 기역은 다르지만, 그냥 기억 지우기라는 글을 쓰며 세상의 잊지 못할 기억과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과 잊히는 기억의 파편들과 그 흐려지는 기억을 기억함을 묵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