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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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사이다 보니 버릴 짐이 한 보따리입니다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비워내지 못한 구석이 여러 곳 있는 걸 보니 참으로 많이도 지고 살았구나 하는 마음에 이젠 제발 비우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합니다

새로 옮긴 집에 이곳저곳을 정리하다 보니, 이게 또 구석구석 물건들로 채우게 됩니다.
분명히 비우자 하고 왔건만, 와서 정리하다 보니 또 자연스레 곳곳이 채워지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또 물건이 들어오고,
또 한 구석씩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합니다.
비울 땐 버리자 했던 것이, 채울 때는 또 필요한 물건이 됩니다.
이 비움과 채움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시소처럼 들락 거리는 일인가 봅니다

사람의 마음도 그런가 봅니다.
잔뜩 가득한 내 마음의 미련과 불안과 걱정을 애써 비워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하지요.
마음을 비워내려 애를 쓰고 한 구석 어렵게 어렵게 비워냅니다.
그렇게 비워진 마음의 평화를 만끽하기도 잠깐,
또 다른 걱정이, 상념이, 번잡한 마음이 그 빈자리에 스멀스멀 새어 들어옵니다.

이삿짐을 비우고 채우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어차피 그렇게 계속 채우고 비우는 반복이어야 하나 봅니다.
마음을 한번 비운다고 항상 평화로운 것이 아니니,
채워진 걱정도 항상 꽉 차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이 채워지면 또 비우고,
비워진 마음엔 자연스레 또 상념들이 채워지지요.
그러니 마음이 비워졌다 자만하지 말고,
마음이 무겁다 걱정하지 않아야 할 일이네요.

비워진 공간에 또 커다란 짐 하나 들여놓은 날,
그만큼 내 마음엔 걱정거리 비워졌음으로 반가워해야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고, 걱정이 비워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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