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었는지 - 김명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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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는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김명기 - 그런 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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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있습니다.
희망을 보던 시선에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날,
아무것도 지지 않은 어깨가 잔뜩 무거운 날,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내딛던 한 걸음이
어이없이 무릎이 꺾이는 날,
매일 보던 파란 하늘이 시리도록 슬퍼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
그런 날 있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행복을 이야기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매일 그런가요
사람 사는 게 어디 매일 그렇던가요
슬픈 날 있고
우울한 날 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마음은 바닥을 치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런 날 있었나요
오늘이 그런 날인가요.
괜찮다고, 힘을 내자고,
오늘은 그런 말 하지 말자고요
그저 힘들면,
그저 지치면,
그냥 철퍼덕 여기 앉아
흐르는 눈물도 훔치지 말고
그냥 그렇게 앉아 울어보자고요

그런 날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애쓰다 지치는
그런 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영혼의 치유와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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