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유언 - 천향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화려했던 것을
기억하지 마라
향기로운 내음도
기억하지 마라

아름다와
차마 꺾지 못했던 마음도
기억하지 마라

한 세상
그렇게 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지고나면 그만
꽃이 다음에 또 필거라
생각하지 마라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자그마한 기억으로 남아도
다음에 피는 꽃은
내가 아닌 것을

단지
꽃이 피었다고만
기억하라

천향미 - 꽃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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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칼바람을 맞아봅니다.
어제오늘 갑자기 날씨가 매서워졌습니다.
순둥순둥 가을인지 겨울인지 넘어가길래
올 겨울도 그렇게 넘어가려나 했더니
무슨 소리냐는 듯이 깜짝 놀라게 춥습니다.
아침결에 맞는 바람에 얼굴도 시리고 손도 시립니다.
마치 오래전 어린 시절의 쌩하던 겨울바람이
디시 온 듯 그리 차가운 아침입니다.

맨 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을 보며
천향미 님의 꽃의 유언을 그려봅니다.
이 찬바람에 잘 어울리는 시인 듯합니다.

화려했던 꽃망울도
그윽하던 향기도
기억하지 말라 합니다
한 세상 그렇게 와서
아름다운 꽃으로 살다 갔으니
내년에 다시 이 꽃이 피리라 기다리지 말고
내년에 피는 꽃은 이 꽃이 아니니
아름다운 꽃
향기로운 꽃
피었다 가라 생각하랍니다

유언은 그리하나 어찌 그런가요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함은
남아있는 이들의 몫인걸요
어쩌면 그리 한 세상 피다 간 꽃보다
남아서 겨울을 넘기며 그리워하는
남은 이들의 가슴이 더 아픈 것일지도요.

봄을 환하게 하던 그 꽃들은 가고
여름을 풍성하게 하던 초록은 바래고
불타던 가을도 떨어져 날아간 이제,
빈 가지 위로 버석한 그리움만 바람에 부딪히는
겨울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들의 반짝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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