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상 그렇게 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 지고나면 그만 꽃이 다음에 또 필거라 생각하지 마라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자그마한 기억으로 남아도 다음에 피는 꽃은 내가 아닌 것을
단지 꽃이 피었다고만 기억하라
천향미 - 꽃의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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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칼바람을 맞아봅니다. 어제오늘 갑자기 날씨가 매서워졌습니다. 순둥순둥 가을인지 겨울인지 넘어가길래 올 겨울도 그렇게 넘어가려나 했더니 무슨 소리냐는 듯이 깜짝 놀라게 춥습니다. 아침결에 맞는 바람에 얼굴도 시리고 손도 시립니다. 마치 오래전 어린 시절의 쌩하던 겨울바람이 디시 온 듯 그리 차가운 아침입니다.
맨 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을 보며 천향미 님의 꽃의 유언을 그려봅니다. 이 찬바람에 잘 어울리는 시인 듯합니다.
화려했던 꽃망울도 그윽하던 향기도 기억하지 말라 합니다 한 세상 그렇게 와서 아름다운 꽃으로 살다 갔으니 내년에 다시 이 꽃이 피리라 기다리지 말고 내년에 피는 꽃은 이 꽃이 아니니 아름다운 꽃 향기로운 꽃 피었다 가라 생각하랍니다
유언은 그리하나 어찌 그런가요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함은 남아있는 이들의 몫인걸요 어쩌면 그리 한 세상 피다 간 꽃보다 남아서 겨울을 넘기며 그리워하는 남은 이들의 가슴이 더 아픈 것일지도요.
봄을 환하게 하던 그 꽃들은 가고 여름을 풍성하게 하던 초록은 바래고 불타던 가을도 떨어져 날아간 이제, 빈 가지 위로 버석한 그리움만 바람에 부딪히는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