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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0. 2018

마음의 찌꺼기 버리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먹을 붓고 붓을 들어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다보면, 제 흥에 겨워 붓끝이 날라다닐 때도 있습니다.

부어놓은 먹물이 튀기도 하면서,

작품 몇 장 펄럭거리다보면, 서툰 셰프가 부엌 어지르듯, 손이며 팔목에 먹물이 묻는건 다반사죠.

작품을 마치고 바로바로 깨끗이 씻어냅니다만, 간혹 바쁜일이 겹쳐오는 날은 잠시 잊고 다른일을 먼저봅니다.


그런날은 어김없이 여기저기 흔적이 남습니다.

다른 서류에 무심코 손바닥을 대어 먹물 지장이 찍히기도하고, 밝은 색 옷에 찌익 먹이 묻어나기도해서 낭패인적도 있지요.

그때그때 씻어내지 않으면

이런 번잡스러움이 생긴답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업무때문에 아침 일찍 전화가 옵니다.

새벽부터 전화 한 저쪽도 사연이 있겠지만

하루 일과를 시작도 하기전에 받은 불평은 마음 한쪽을 찌푸리게 합니다.

이쪽 저쪽 사정을 알아보며 기다리는 동안

느닷없이 찔린 마음은 점점 더 아려옵니다

울컥 화도나고, 짜증도 나고, 마음을 달래보기도 하면서 출렁입니다.

마음이 그러니 아침 출근길이 온통 편치않아요

당연한 빨간불도 오늘 따라 더 긴 거 같고,

앞차는 내 차선만 꾸물댑니다.

꽃길이며 초록은 없고

온통 회색 매연만 보입니다.

득될것없는 불편함이 마음에 가득 담겨있어서죠.


다행스럽게도 일은 잘 마무리되고,

그제서야 마음의 눈을 뜹니다.

그제서야 체한것같은 마음의 응어리가 씻겨 내려갑니다.

차분히 생각하니 그동안 변한 주변 상황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빨긴 신호등은 여전하고,

차들은 꾸준히 다니고있고,

꽃과 초록과 하늘은 여전한 오늘입니다.

그저 나의 마음에만 불편의 찌꺼기가 가득 쌓여 있었던게죠


그러게요.

결국은 내 마음입니다

세상을 돌려가는건, 세상이 밝고 어둔운건

결국 내 마음 상태입니다.

불편한 찌꺼기가 가득 쌓인 마음으로는

그저 불편한 세상뿐이더라구요.


몸의 더러움을 씻어내듯,

마음의 찌꺼기도 빨리 흘려보내는것이 현명하지요.


오늘은 맑은 수요일. 물의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마음의 찌꺼기들도

물로 씻어내듯 개운하게 씻겨나가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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