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난 뒤에, 가끔 안부 전화를 받으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요즘은 뭐해?' 입니다. 다시 직장은 구했는지, 아니면 다른 돈벌이는 있는지, 먹고 살기는 하는지에 대한 고마운 관심과 걱정과 호기심과 의구심이 섞인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 응, 지금 아주 편하게 잘 놀고 있어' 라고 대답을 해주지만 그 다음에 돌아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래, 아직은 놀아도 되지. 조금만 더 놀다가 또 일자리 찾아 봐야지..' 입니다.
결국 매 번의 안부전화에서 난, 몇 십년의 수고를 마치고 은퇴 후 삶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쥐뿔도 없으면서 직장도 안 구하고 무위도식하는 백수가 되면서 안부 전화를 마무리합니다.
그런 날이면, 멀쩡히 잘 지내고 있던 나의 마음은, 내가 뭔가 놓치고 있나 하는 불안감과, 빨리 다시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건가 하는 조급함과, 이렇게 여유롭게 세월 보낼 때가 아니고 정말 어디라도 나가서 뭐라도 해야 하나 하는 죄책감등이 번갈아서 따끔따끔하게 찔러옵니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넌 어떤 사람이 될래?' 가 아니라 '넌 커서 뭐가 될래?' 라는 질문을 들으며 자라왔죠 꾸준한 사람, 행복한 사람, 남을 돕는 사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어떠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나, 안정적인 직장인이나, 스포츠인이나, 연예인처럼 무엇을 하는 사람을 꿈꾸어야 했었죠
그렇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시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 나의 대부분의 시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느라 소비되었던듯 합니다. 돈을 조금 더 버는 무엇, 안정적인 무엇, 돋보이는 무엇, 편안한 무엇을 보고 달렸기에 정작 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뒤로 밀려 있었습니다.
그러며 살아온 긴 시간 뒤 이제서야, 이젠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정말 나의 시간에 감사하는 하루였을까, 오늘은 내 가족들에게 사랑의 눈길을 전해주는 하루였을까, 오늘은 내 마음에 뿌듯한 무언가를 채우는 하루였을까, 오늘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였을까, 오늘은 문득 짙은 그리움에 젖어 보았을까.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였을까. 비록 가진 건 모자라더라도, 그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하는게 아닌, 그 모자람 속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며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였는지 생각해 봅니다.
바쁘게 흘러간 한 주를 마친 토요일 오후의 한 구석에서. ‘무엇을 하는 삶’과 ‘어떻게 사는 삶’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이젠 우리 반가운 이들에게 이렇게 안부전화 해 볼까요? '요즘 어떻게 지내? 여전히 행복하게 지내고 있지? 하면서 말이죠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