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나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스토리 전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웹툰이나 드라마에선 항상 악의 무리가 있고, 그 악은 어떤 식으로던 대부분 응징을 받게 된다는 것 아닐까요. 권선징악이 있고, 우여곡절 끝에 힘을 얻어 악을 무지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장치가 존재하죠. 현실과 다르게 말입니다.
어쩌면 현실은 만화보다 더 답답하고 현실의 악은 만화보다 더 화가 나고 현실의 상항은 만화보다 더 손을 쓸 수 없기에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쳐가는지도요
이태원을 가 본지도 꽤 되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 철없을 때 두리번거리던 그곳이 지금은 무척이나 변했을 테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가 반가운 것은, 저 길 어느 구석에 여전히 어느 청춘의 세월 한 조각이 떨어져 반짝이고, 어느 청춘의 눈물이 촉촉이 떨어져 젖어있고, 어느 청춘의 웃음이 골목길 담벼락에 여전히 묻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며 내 그릇을 만져봅니다. 내 그릇에 담겨있던 꿈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아직도 내 그릇엔 채울 꿈이 남아있는지, 이제는 세월의 녹녹한 색에 여기저기 희미해진, 여기저기 세월의 상처가 난 그릇을 만져보며, 지금 꿈을 가득 담는 청춘들을 응원해 봅니다. 그들의 그릇을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