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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10. 2020

이 또한 지나가리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합니다
찬 바람 겨울이 지긋지긋하던 이들에겐
저 멀리 오는 꽃소식이 더디기만 하고,
간질간질 꽃바람이 불편한 이들에겐
맑은 겨울 공기가 떠남이 아쉽겠지요.
하지만 계절은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오고 갑니다.
세상은 그렇게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침이 오고 밤이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날 때부터 세상은 우리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세월을 가는 세상에,
제 모습을 보이는 자연에
우리는 그렇게 맞춰 가는 것이었지요
그저 세상이 준 세월을 하루하루 잘 살아갈 뿐인 것이지요.

그러 세상에 욕심을 내다보면,
그 좋은 시간이 빨리 오지 않음이 아쉽고,
지금의 행복이 쉽게 떠남이 서럽고,
내 손에 쥔 마음이 흩어짐이 아쉽고
내 눈에 세상이 다 들어오지 않음이 안타까운 법인가 봅니다.
어쩌면 세상의 아픔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월에 야속한 것은 아닐까요.

세상이 야속한 때,
귀한 오늘을 묵상해봅니다.
누구에겐 오늘의 저녁을 볼 수 있음이 행복일 수도 있고,
누구에겐 아침에 눈 뜸이 시련일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련의 깊이는 다르지만

세상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오늘의 아픔에 기도해야 할 것은,

'하늘이여,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가 아니라

그 시련 중에도 일어나 나아갈 수 있게 하심을,

그 시련 중에 기도 할 새벽을 열어주심을,

그리하여

꽉 쥔 양손보다

힘을 빼고 펼진 두 손바닥에

세상이 더 크게 들어옴을 깨닫는

소중한 오늘이길 소원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비가 오면 그치듯

바람이 불고 잦아들듯

이 모든 것은 지나간다 합니다.

그 비에 그 바람에 젖고 부딪힐 때

세월을 맞는 우리의 두 손이

활짝 펼쳐지길 기원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치유와 평화가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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