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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19. 2020

춘래불사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해서
예부터 춘래불사춘 이란 단어를 자주 썼었지요.
매년 봄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단어여서 날씨 이야기를 할 때나 정치나 경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어쩌면 이 단어가 그리 우리 마음에 들어오는 건
겨울이 길었던만큼 빨리 봄을 보고픈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봄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 끝난 듯
꽃이 피는 듯
그러나 때론 눈도 내리고
그러나 때론 찬바람도 불어대고
반짝이는 햇살보단 뿌연 먼지가 하늘에 짙고
얇은 옷은 썰렁하고
두꺼운 옷은 답답한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하지만 마른 가지에 하루하루 초록물은 오르고
하지만 버석한 길가에 노란 꽃은 피어나는
그렇게 봄이지만 봄 같지 않은 게
바로 봄의 역설적인 참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모든 날이 봄인 것을
이 모든 순간이 봄인 것을
비가 와도 봄이고
바람 불어도 봄인 것을
우리는 우리가 그리는 봄만을 기다리며
춘래불사춘을 써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우리 생애의 봄날입니다.
지금 이 순간은 우리의 반짝이는 봄날입니다
가만히 눈 뜬 아침,
선물같이 열린 당신의 꽃잎 같은 봄날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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