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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20. 2020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 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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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님의 부치지 않은 편지입니다.
김광석의 노래로 불려진 부치지 않은 편지와는 또 다른 버전의 이 시구절도 제겐 자주 생각나는 시입니다

삶이란 게 저마다의 의미가 있는 건가 봅니다
저 하늘의 별만이 반짝이는 건 아닐 테지요
어두운 밤 숲 사이 반짝이는 반딧불이로 살아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으로라도
어느 빛 하나
어느 삶 하나
그 자체로 소중하지 않음이 없을 테니까요

찬비에 젖은 우리 인생도
바람에 흔들리던 우리네 삶도
다 그렇게 저마다의 소중한 빛이 됩니다.

세상 어느 낮은 곳에서
반짝이며 길을 밝히고 있을
수고하고 애쓴 우리 모두의 인생에
토닥토닥 위로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대
애썼습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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