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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23. 2020

부부의 세계 혹은 닥터포스터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입니다..라고 하면서도 종종 드라마 이야기를 쓰는걸 보면 이 정도면 자주 보는 것이기도 하겠다 싶습니다 ^^
그래서 또 드라마 이야기입니다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여기저기서 이야기 됩니다.
이 드라마는 처음 몇 회를 따라 가다가 도저히 힘들어 그만 놓아버렸습니다.
그만 보기로 한 거지요.
이야기야 흔한 부부와 불륜의 이야기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등장인물들의 과한 캐릭터며 도저히 이해 안되는 설정과 어색한 상황 전개가 매번 내용에 몰입하기 힘들게  거슬렸습니다.
'저 사람의 상황은 좀 뜬금없는걸?'
'저 사람은 또 왜 저래?'
'잰 누구지?' 라고 투덜대며 몇 회의 드라마를 보면서 매번 원작이 궁금했습니다.
원작에선 저 장면이 어떤 상황이었을까, 원작에선 여길 어찌 표혐했을까...하며 원작의 전개가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은 영국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라하여 부랴부랴 찾아서 시즌 1,2를 정주행해서 달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좀 숨통이 트일 것 같았습니다.
이해 안가던 등장인물 개개인의 행동도 이해가 됩니다
벌어지는 일련의 전개가 공감이 됩니다.
주변의 상황도 자연스럽습니다

원작과 각색본을 보면서 왜 다른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원작을 그대로 옮긴게 아닌, 나름대로 다른 드라마로 각색을 한 드라마이긴 하지만,
어쩌면 자극에 점점 둔감해지는 우리의 드라마에는 좀더 막장스러운, 진한 양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내가 느낀 제일 큰 차이는 우리 드라마에선 모든 출연진이 열연을 하더군요.
모든 출연진의 눈빛이 이글거립니다.
심지어 지나가는 엑스트라도 '이 장면에선 내가 주인공이야' 라는듯 눈빛을 이글거립니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반짝입니다.
멋진 연기를 펼치는걸 나무랄 일은 아니지요.
대단한 연기력이고 열정이지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보는 사람은 한 회 내내 숨이 찹니다.
모든 출연진들의 숨막히는 연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마치 마라톤 코스 42.195키로미터를 100미터 달리기하듯 한시간동안 뛰기만 하는거죠.

물론 시청률을 높여야 하니 강렬한 양념이 추가되어야 하는것이고,
멋진 배우님들이 각자의 모습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걸 절대 폄하 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 그래야 드라마의 강렬함이 소문이나고, 또 그런 재미에 사람들이 호응하고 기다려지고, 그렇게 시청률은 오르는거니까요.
그저 그 상황을 숨을 참고 따라가지 못하는 내 느린 호흡이 문제였던게지요.
그러다보니 내가 숨이차서, 내가 힘들어서 그만보기로 했지 뭡니까.

세월 흐르다보니 이젠 달리기보다 천천히 걷는 산책이 어울리고요,
입맛도 강한 자극보단 슴슴한 원 재료맛이 더 입에 맞는 듯 합니다.
이야기도 그저 숨 편히 쉬는, 세상 사는 이야기가 편하 듯 말이지요
그냥 원작 드라마 편하게 본 것으로 만족하고,
드라마 속 모든 캐릭터의 입장을 이해 한 것에 만족하고,
이젠 금,토요일 밤의 숨을 편하게 쉴 수 있음에 만족해 봅니다.
드라마 한 편에 별 까탈을 다 부려보는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창작자와 예술가들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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