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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27. 2020

초혼 - 김소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조각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 초혼


===============================

김소월님의 초혼을 그려봅니다.

불러도 불러도 보지 못할 모습입니다
그리워도 그리워도 듣지 못할 목소리입니다
혼이나마 만나고자
혼이라도 같이 하고자
그대 혼을 불러보는 초혼입니다.

그렇게 목놓아 불러서
허공에 산산이 부서지는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라 합니다

떠난 이를 부르는 그 애탄 마음은
선 채로 돌이되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입니다.

봄을 노래하고 꽃을 이야기하던 김소월님의
가슴 뜨거워지는 초혼이 부쩍 생각나는
사월이고 오월입니다
봄 빛 부서지는 파란 하늘 아래 어느 바람에
어느 그리움 부르는 초혼의 목소리 들리는듯 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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