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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04. 2020

동행 - 이수동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난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이수동 <동행>

=====================
이수동님의 동행을 다시 그려봅니다
결혼 축하 문구로 많이 쓰일 만큼, 삶의 동반자에 대한 마음을 잘 그려준 시이죠.
따뜻한 봄 날이 되면 동행길을 나서는 마음으로 이 시구절이 쓰여집니다
예전 포스트에서도 몇번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삶이란 건 혼자 왔다 가는 것이라 합니다
싼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길목에서 혼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 안의 고독을 껴안고 울 듯,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는 말처럼,
삶은 그렇게 혼자 왔다 가는 모습인가 봅니다.
하지만 살아 가는 삶이 그리 외롭고 힘든 것만은 아닌 이유는,
어느 여정이던, 어느 삶이던, 반갑고 고마운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다른 면을 알 수 있다 하지요.
그만큼 여행은 일상 생활과는 또 다른 많은 마음이 생기고 사라집니다.
사람마다 가고 싶은 길이 다르고, 보고 싶은 게 다르고, 하고 싶은 일이 다릅니다
그 마음이 같다면 좋지만, 어차피 개성 있는 삶이기에 서로 하고픈 게 다를진대,
여행의 동행에서 누구 하나는 양보하고 배려하게 되는 게지요.
그 양보와 배려가 적절하면 좋은 여행이 되는 거고, 그게 맞지 않으면 내내 불편한 여행이 되는 것 일겁니다.

삶도 그러할까요.
수십년을 다르게 살아온 이들이 서로 만나, 삶이라는 여행을 동행합니다.
서로의 삶에 그렇게 깊숙히 개입하는 일이 자주 있기나 할까요
그러기에 나와 함께 해주는 동행과는 서로간에 더 많은 마음씀이 필요하고, 더 많은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건가 봅니다.
그러다보면 양보에 지치고 배려에 서운해지는 순간들도 많을겁니다.
그러나 살다 살다 그러한 양보와 배려마저 숨쉬는 자연스러운 순간이 될 때,
그게 바로 나무와 꽃처럼 향기 가득한 동행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꽃 같은 그대가 함께 해준다면,
타는 가슴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저 당신은 먼 길 가는 내가 지치지 않게
꽃 향기 그대로 있어주면 좋겠다 합니다

꽃피는 봄날입니다.
함께하는 가족이, 함께가는 동행들이 생각하는 오월입니다.
또 새로운 동행의 길을 시작하기도 하는 오월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동행에겐 어떤 향을 피워주고 있을까요
난 어떤 나무 같은 든든한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까요

삶의 한 켠에서 나와 함께 해주는 동행을 생각해보는 하루입니다
함께 걸어주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오늘입니다.
함께 해주는 이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는 오늘입니다

함께가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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