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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5. 2020

나무 - 천상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천상병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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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올라가서 한바퀴 산책하고 돌아 내려오는 집 앞 작은 산길에 오래된 나무가 있습니다.
가운데는 파이고 가지는 부러져서 영락없이 죽은 나무라 생각하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산책하던 어느 날 보니 그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 작은 가지가 돋고 잎이 피고 있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 나무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생명일지, 다른 생명이 공생하며 사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나무는 또 자기의 몫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나무를 보다가 천상병님의 나무가 생각났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썩은 나무라고 하던 그 나무를
나는 아니라고 아니라고 이야기 하며 기다려주다가
어느 날 그 나무에 가지가 돋고 잎이 필 때의
그 기쁨을 이야기하는 그런 내용이었지요.
- 인터넷에 썩은나무와 죽은나무로 혼용되어 쓰인곳이 많아서 원본을 찾아보니 '썩은나무'네요

나무만 그럴까요
세상 살아가는 우리들도 그럴겁니다
어쩌면 숱한 우리의 삶이, 숱한 우리의 꿈이
썩은 꿈이라, 죽은 삶이라 그렇게 판단지어지고,
구분 지어지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싹트는 어린 나무를
썩은 나무라, 병든 나무라 베어내고 꺾어내고 치워내며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꿈 하나, 어느 삶 하나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건 없는데 말이죠.
썩었는지 죽었는지의 잣대조차,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준것도 아닌데 말이죠.

때론 치우고 잘라내고 정리함보다,
기다려 주고 지켜봐 줌이 더 큰 힘이 될 때도 있을겁니다.
그리하여 그 생명이 움을 틔울때,
그라하여 그 삶이 꽃을 피울때,
같이 기뻐하고 부둥켜 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가 봅니다.

세상의 자생력을 생각해봅니다.
다시 일어나는 생명의 힘을 생각합니다.
썩은 나무이던, 아픈 삶이던
스스로 깨고 일어나 가지를 뻗고 잎을 피우는
그 생명력을 생각해 보는 하루입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을, 그 꿈을 믿고 기다려주는 따스한 시선의 힘을 생각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생명의 힘찬 돋움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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