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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4. 2020

사랑법 - 강은교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 사랑법
=====================
매일 쓰던 세필붓이 어느날부턴가 끝이 갈라지면서 수명을 다해 갑니다.
끝이 갈라져도 갈라진대로 거친 느낌을 내면서 쓸수도 있지만 세밀하게 써야 하는 세필붓의 특성이기에 다른 새 세필붓을 꺼내 먹을 묻혔습니다.

새 붓이어서 그런지
붓길이 내 맘같지 않습니다
붓이 제멋대로 흐르고
화선지가 뻣뻣하게 버팁니다.
새로 만난 붓과 종이라 그런지 서로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붓을 길들이고 싶은 내 욕심이 더해지니 글씨는 영 원치않은 모양이 되어버립니다.

가만히 묵향속에서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붓탓이 아니라
아직 뻣뻣한 내 마음의 욕심탓은 아닐지.
그래서 내 욕심을 버리고 그저 붓이 가는대로 움직여 보기로 했습니다.
이 붓끝이 가고 싶은대로
이 붓이 화선지와 어울리고 싶은대로
난 그저 붓대만 잡고 움직여봅니다.

먹을 머금은 붓은
스스로의 힘으로 먹을 쥐었다 펴고
촉촉한 붓끝은
스스로 화선지의 길을 찾아냅니다.
스러니 붓길이 쉬워집니다
내 마음도 편해 집니다
오늘 그려본 강은교님의 사랑법은 그렇게 새 세필붓이 스스로 그린 글입니다.

이제 그렇게
이 새로운 세필붓의 붓길에 내가 적응해야 할때입니다
이 세필붓의 먹길을 내가 따라갈 때입니다.
길들이는건 새로운 붓이 아니라
이 붓과 함께 할 나의 손끝, 나의 마음, 나의 욕심일듯 합니다
한동안은 이 붓에 길들여 져야겠습니다.

새로운 붓과함께 무욕의 마음을 생각하며 강은교님의 사랑법도 읽어봅니다
내 뒤의 가장 큰 하늘을 생각하며
쉽게 꿈꾸지 않고
쉽게 흐르지 않고
쉽게 꽃피지 않을
그런 마음을 생각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사랑의 자유로움을 응원합니다
-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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