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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9. 2020

고양이 세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조용한 오전,
소파 한 구석에서 고양이가 세수를 합니다
손등에 침을 묻혀 가르릉 거리면서
부지런히 세수를 합니다
뺨이며, 얼굴이며, 귓 속부터 발끝까지
빠알간 조그만 혀를 날름이며 부지런히 세수를 합니다

고양이 세수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양이 세수하듯 한다'는 문구를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대충대충 하거나 성의없이 해내는 모습을 이야기 하는 말로 쓰이고, 여태껏 저도 그리 사용해 왔었는데요.
실제 고양이가 세수하는 모습을 보니 이젠 그 말을 쓸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귓속도 정성스레 파내고, 발가락도 쫘악 펴서 사이사이까지 닦아냅니다.
조그만 혀로 얼마나 정성스레 닦아내는지,
바라보는 내 혀가 다 얼얼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고양이의 습성상 제 몸에서 체취가 나거나 흔적이 나면 안되기에 그리 부지런히 세수를 하고 그루밍을 한다고 하네요.
어쩌면 요즘처럼 손을 30초 이상 부지런히 씻어야 하고, 개인 위생에 철저해야 할 시기엔 이러한 고양이 세수법이 더 필요한게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가만히 고양이 세수하는걸 지켜보고 있자니,
저 편 거울 안에 덮수룩한 까치머리를 한 부시시한 남자가 멍하니 앉아있는게 보입니다.
머리 감으러 가야겠습니다
고양이 세수하고 오겠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개운하고 깨끗한 하루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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