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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3. 2020

빈 집 - 기형도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
=========================
사랑을 잃으면,
세상은 그렇게 공허한 빈 집이 됩니다.
사물이 꽉 찬 세상에서도
사랑 없는 삶은
그렇게 스스로 빈 집이 됩니다.
작은 한 점의 사랑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우리 삶을 채워줍니다.
그것이 연인에 대한 사랑이든,
가족에 대한 사랑이든,
존경하는 이에 대한 사랑이든,
같은 길을 가는 이들에 대한 사랑이든,
그 사랑이 저무는 날,
그 스스로 긴 겨울의 빈 집에 들어가게 되나 봅니다.
기형도 시인은 이야기 합니다
사랑을 잃고,
세상 모든것이 내것이 아닌게 되었다고요.

어쩌면 그렇게 사랑은
우리 생명의 근원일지도 모릅니다
버석한 사막에 꽃을 피우듯,
굳게 잠긴 빈 집에
호롱불을 켜듯,
그렇게 세상 낮고 어두운 곳에,
그렇게 서로의 분열 있는 곳에,
그렇게 외로운 곳에,
우리의 사랑이 스며들길 기원해 봅니다.

빈집이 들먹거려지는 어느 주말,
세상 모든 곳의 평화를 기원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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