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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6. 2020

봉숭아 - 도종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봉숭아 - 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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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종환님의 봉숭아를 그려봅니다

매니큐어가 발달하고, 네일아트가 성행하는 요즘도 봉숭아물을 들이는지 모르겠네요.

봉숭아란 단어는 그렇게 듣기만하여도 수십년을 거슬러 옛시절 나른한 오후 한 때로 데려가곤 합니다.

남자들만 삼형제인 우리 집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기에 큰집에 가서 사촌 누나들의 봉숭아물 들이던 모습을 구경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봉숭아 꽃잎을 모아
잘근잘근 찧어서
손가락 끝마다 곱게 싸매놓던
누나들의 손끝을
어깨너머로 바라보다가
남은 꽃잎 치울 적에 슬며시 손을 내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봉숭아를 시인은  뜨거운 사랑으로 이야기 해 줍니다.
저문 여름 뜨락 붉게 섞은 몸으로
네 손에
내 가슴에
열개의 붉은 점으로
사랑은 그렇게 지워지지 않고
사랑은 그렇게 계절을 지나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는다 합니다

뜨겁던 사랑도 그렇게 떠나고
남아있는 사랑은
흰 겨울 찬 바람으로
뜨거운 불빛을 식혀야 하는게지요
첫눈 올때까지 남아야 한다는 봉숭아는
또 그렇게 수많은 사랑을 보내고 맞이하곤 했지요.

뜨거워진 한낮의 태양아래
세상 어느 그늘의 불꽃같은 사랑을 생각해봅니다
열 손가락 끝으로 기다리는 애절한 사랑을 기억해 봅니다

세상 모든 사랑의 애틋함을 응원합니다
-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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