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른 여름의 햇빛이 따가울때면 문득 이육사의 청포도가 생각납니다. 어느곳에서든 그렇게 마을 전설을 가득담은 청포도가 알알이 열릴듯한 칠월이 저만치 옵니다.
청포도 한 알 익어갈떄엔,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스며들고, 하늘이 알알이 박혀서 고운 청포를 입고 그렇게 포도는 찾아온다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희망도 올까요.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올때 우리의 바램도 그렇게 같이 오려나요.
계절과 자연과는 달리 세상은 어수선합니다.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식은 연일 찌뿌둥한 먹구름 소식 뿐입니다. 그 흐린 소식도 그렇게 전설이 되어 어느 빛 좋은 날 어느 바다 푸른 날, 고운 청포입은 손님으로 향긋한 포도향으로 찾아 올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