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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1. 2020

겸연쩍거나 계면쩍거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집에 키우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보통 고양이들이 그렇듯 이 녀석들은 자기 마음대로의 시간을 보냅니다.
애완견처럼 주인곁에서 항상 기다리고 같이 놀길 기다리는게 아니라, 자기가 놀고싶으면 와서 놀자하고, 자기가 자고싶으면 아무 때나 잡니다.
어쩌다 집에 혼자 있게 된 날, 글이나 쓸까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슬금슬금 와서는 야옹거리며 놀자합니다. 붓 이며 화선지 있는곳까지 올라와서 비비적거리며 놀자 하길래 그러자 하고는 시동걸고 몇 번 같이 우다다다 쫓아다니기 놀이를 하며 뛰어다녔습니다.
빈집에 고양이와 둘이서만 뛰어다니며 쫓기 놀이를 하다보니 내가 더 신이 났나 봅니다.
방에 잠깐 숨어 있다가 놀래켜 주려고 거실로 확 나와보니 이녀석 그새 엎드려 잠자고 있습니다.
한껏 혼자서 신나서 뛰어다닌 모습이 잠깐 머쓱해집니다. 아무도 없는 집안을 겸연쩍은듯 한번 돌아보고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나도 이제 그만할란다' 혼잣말을 하며 방으로 옵니다.
그거 참, 집사 노릇하기 힘듭니다.

겸연쩍은 마음에 '겸연'을 찾아봅니다.
'겸연쩍다'와 '계면쩍다'가 같이 표준어로 쓰인다 합니다. 여지없이 겸연은 한자였구요.
'겸 慊'자는 찐덥지 않을 겸이라 합니다
점점 생소한 단어로 들어갑니다.
'찐덥다'라는건 요즘 애들 말처럼 진짜 덥다는 말이 아니고, '남을 대하기가 흐뭇하고 만족스럽다'라는 뜻이랍니다.
고양이랑 놀다가 겸연쩍어진 마음에 또 한 단어 알아가는 오늘입니다.
글을 쓰려 붓을 잡으니 고양이랑 놀다가 긁힌 발톱자국이 손등에 여기저기 입니다. 괘씸한 마음에 고양이를 바라보니,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 녀석은 잠만 잘 자고 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 숨 고르며 한 글자 그려봅니다.

세상 모든 생명의 평화로움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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