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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02. 2020

노란 각시 버섯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베란다에 키우는 나무 화분에 어느 날인가 물을 주다 보니 노란 버섯이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큰 녀석 하나 새끼버섯 하나가 화분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았네요
화분에 일부러 버섯을 심은적도 없고,
여태껏 없던 뜬금없는 버섯이라 이게 뭘까 궁금했습니다.
화사한 밝은 노란색인게 아주 예쁘더군요.
어릴때부터 예쁜 버섯은 독버섯이라고 들은 기억이 나서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져보니 노란각시버섯이라는 독버섯이라 하네요.
화분 흙에 따라왔든지 습기가 많아서 생긴다 하는데 별일이네요.
깜짝놀라서 버섯포자가 더 퍼지기 전에 얼른 버섯을 뽑아 내야 할 것 같아 조심스레 파내 버렸습니다.
또 생길수 있다니 한동안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삶의 티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내가 마음 먹지도 않은 일들도, 내가 의도치 않은 일들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슬며시 뜬금없이 내 마음에 자리 잡기도 합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하고 예쁜 버섯처럼 헛된 희망과 헛된 망상을 키워주면서 말이죠.
그 화려한 색에 취하면, 그 반짝이는 빛에 흔들리면 어느새 내 맘을 가득 채울 그런 마음의 티끌들도 있을겁니다.
자신의 삶의 기준에 따라 삶의 티끌은 다 다른것이겠지만, 그것이 티끌인지 화초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지요.
그 티끌들도 그냥 두면 어느새 버섯처럼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잔뜩 채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어느 마음 맑은 날,
화분의 버섯을 솎아내듯, 내 마음의 티끌도 그리 한번씩 둘러보며 가끔 솎아 내줘야 할 일인가 봅니다.

화분에도 상쾌하게 물을 주고 빛을 쪼이듯, 우리 마음도 따스한 시선으로 가끔은 만져주어야 합니다.
비 그친 여름 날, 오랜만에 우리 가슴의 화분 한번 둘러 볼까요.

세상 모든 마음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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