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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24. 2020

파꽃 - 이문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

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
속이 없다

#파꽃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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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이곳 저곳에 꽃을 두니 시선 옮길 때마다
눈길이 머물 때마다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한창 때의 예쁜 꽃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나 봅니다.
파에도 꽃이 핍니다.
긴 파대 위로 하얗게 몽실한 파꽃이 핍니다.
하지만 여느 꽃들과 달리 파꽃은 세월의 막바지에 피어난다 하지요
파꽃이 피면 대는 질겨지고 속은 비어서
파는 못먹게 된다 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꽃들은 필 때가 절정인데, 파꽃은 피면 다한 수명인가 봅니다.

그런 파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건,
그럼 파꽃에 눈길이 가는건,
어쩌면 그 파꽃에서 우리네 모습이 보이기 때문일까요
지난한 긴 세월 속을 긁어 대를 세워
뻗어올린 그 시간들,
속을 비우기 위해 밀어올린 양
세월 흘러 흰 머리만 얹어있습니다.
마음은 질겨지고
속은 텅 빈 채
그렇게  하늘 향한 주먹처럼 흰머리 한 줌 남았습니다

서러울건 없지요
그리 잘 비워 냈으니
아쉬울건 없지요
그리 잘 세워 놓았으니
저 마다의 머리에 얹힌 세월에
눈물스민 짙은 파향 스며듭니다

남쪽에선 장마 소식이 심상치 않습니다.
피해없이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네요.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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