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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25. 2020

전갈 - 류인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봉투를 열자 전갈이 기어 나왔다
나는 전갈에 물렸다
소식에 물렸다
전갈이라는 소식에 물렸다

그로부터 나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빙그레 웃곤 하였다
축축한 그늘 속 아기버섯도 웃었다 곰팡이들도 따라 웃었다
근사하고 잘생긴 한 소식에 물려 내 몸이 붓고 열에 들떠 끙끙 앓고 있으니

아무튼, 당신이 내게 등이 푸른 지독한 전갈을 보냈으니
그 봉투를 그득 채울 답을 가져오라 했음을 알겠다
긴 여름을 다 허비해서라도
사루비아 씨앗을 담아 오라 했음을 알겠

#전갈 - #류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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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끝의 독침으로 공격을 하는 무서운 곤충인 전갈과 소식을 전하는 전갈 傳喝의 동음이의어를 절묘하게 결합한 재미있는 시를 만나서 붓에 적셔 봅니다.

당신이 보내준 편지 안에서 말 그대로 전갈이 나왔답니다.
그 전갈에 쏘인 나는 몸이  붓고 열이 나면서도
웃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보낸 전갈은 사랑의 전갈이겠지요
등이 푸른 지독한 전갈의 답장으로 보내는건
'불타는 나의 마음'이란 꽃말을 지닌 사루비아랍니다.

전갈을 보내고
사루비아를 답장하는
그 열병같은 사랑을 생각합니다.
이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거운
한 여름의 사랑을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여름휴가를 가실 분들은,
전갈도 조심하시고, 사랑도 조심하시길..
사랑의 전갈 가득 담아 제게도 편지 한 통 보내주세요.

세상 모든 뜨거운 사랑의 열병을 응원합니다.
-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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