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가물거리는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
오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초라한 속죄가
옛 이야기처럼 뿌연 창틀에 먼지처럼
오 가슴에 쌓이네
이젠 멀어진 그대 미소처럼
비바람이 없어도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오 그대여
눈물이 없어도
꽃은 피고 낙엽은 지네
오 내 남은 그리움 세월에 띄우고
잠이 드네 꿈을 꾸네
이선희 -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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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노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를 써봅니다
노래 가사를 쓸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음율로 흥얼거리던 노래 가사의 느낌과, 글로만 읽을때의 가사가 전해지는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이 가사도 차분히 읽어보니 또다른 매력을 주는 구절들이네요
추억을 돌아보면,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움,
끝내 이루지못한 속죄가 남아,
뿌연 창틀에 쌓인 먼지처럼 내 마음 한곳에 내려 앉아있다 합니다
추억은 그렇게 마냥 행복한 시절의 기억만 남아있는것은 아니겠죠.
털어내지 못한 미련과, 철없던 후회의 부끄러움들이 그렇게 마음의 앙금으로 늘러붙어 얼룩이 되기도 한가봅니다.
그 당시엔 전부인것만 같던 그 사람이, 그곳이, 그 상황이,
세월이 흐르고보면
비바람이 없어도 꽃이피고 여름이 가고
봄이 오고 가을이 오는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며 흘러가기도 하더군요.
돌아보면,
왜 그 당시엔 그게 세상의 전부였을지,
왜 세상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었는지,
왜 나만 외로웠는지 모를 일입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의 크기만 하던 운동장이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았을때 앞마당만해지는 마술처럼,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서,
왜 그 시절의 얼룩에 그리도 가슴 저려했을지,
그 시절의 세상의 빛은 흐릿하기만 했는지, 지금의 커진 마음으로 보는 그 시절의 내 추억이 살짝 낯설기도 합니다.
그래도 추억의 책장을 열면
뽀얗게 먼지처럼 일어나는 추억안에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던 넓은 운동장이 있고,
세상에 두근거리는 첫 마음이 있고,
서툰 사랑의 풋풋한 서툰 손길이 있고,
가슴 저린 눈물의 그 밤은 있습니다.
책장을 덮으면
그 추억들은 또 그렇게 조용히 가라앉아
책장을 열어볼 다음날을 기다리겠지요.
노래를 들으며,
오랜만에 추억 한페이지를 들먹여 봅니다
그 날의 먼지내음을 기억해봅니다
그 날의 두근거림을 기억해봅니다.
오늘, 추억의 책장을 한번 열어보실래요?
어떤 페이지가 열릴까요.
기억 속에서 행복한 한주 마무리 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