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려 하늘이 낮게 내려오는 날은 마음도 조용해져 이런 날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향이 더 짙게 퍼지곤 합니다. 커피향도 그렇지만 커피원두를 볶는 로스팅도 이런 흐린날이 뭔가 더 깊은 풍미가 생기는듯 합니다.
커피 로스팅 은 순간과의 눈치싸움입니다. 원두가 잘 구워진 어느 순간, 굽기를 멈추고 구워진 원두를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리는데요, 이 과정을 '레스팅 resting' 이라 한답니다. 이 레스팅 과정에서 남은 열이 원두의 최적화 된 순간까지 잔열로 구워주는거죠. 그러다보니 원두를 구울때 원하는 정도를 미리 맟춰버리면 , 이 레스팅 과정을 통하고 나면 살짝 더 강하게 볶아지는 결과도 나오곤 합니다. 그러니 통상 원하는 정도보다 살짝 모자른 순간에 멈추는것이죠.
우리네 삶도 그러할겁니다. 열정을 다해, 내 온 힘을 다해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그 스스로의 속도에 치여 내 몸의, 마음의 한계를 과하게 지나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각자의 힘의 정도에 따라 '레스팅'의 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요. 달리는 중간 중간, 잠깐의 여유를 두어야 할지도요. 스스로의 열정에 타버리지 않게 말이지요.
장마도 주춤한 하루, 오늘은 잠시 레스팅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커피 한 잔 들고, 향을 맡아보면서, 내 삶의 원두는 어느정도 구워지고 있는지 돌아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