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걸어놓던 그 휘영청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부모 몰래 집 떠날 때 지붕위에 걸터 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말 한마디 못해보고 떠나보낸 계집아이 입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오늘도 먼 길 걸어
이제는 제사도 없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저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말 =================== 어제는 제사가 있었습니다. 어릴적엔, 그 늦은 밤의 제사가 힘들기만 했습니다. 어른들도 많아 절은 왜 그리 많이 하던지. 제사 끝에 먹는 산적 고기만 아니었으면 참 힘들었을 그 시절의 제사였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이 흘러, 이젠 그 앞자리가 우리들 몫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올해의 차례며 제사는 마음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추석의 차례와는 또 다른 마음입니다.
시의 제목처럼 휘영청 보름달이 뜬 날도 아니었지만, 문득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시인도 휘영청에서 허전한 마음을 보았을까요. 휘영청, 하늘에 달이라도 그렇게 떠 있었으면 휘영청, 뺨에 찬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휘영청, 따스한 국 한 사발 나누었으면 휘영청 그렇게 쓸쓸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