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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10. 2020

곤로, 아득한 그 시절

사놀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손잡이를 잡고 살짝 올린 후, 불 붙인 성냥으로 조심스레 심지에 불을 붙입니다. 싸한 석유냄새와 함께 불이 붙으면 그을음이 나지않게 잘 닫아놓고 화력을 조절합니다.
이제 준비 끝,
엄마 몰래 가져 온 국자에 설탕을 붓습니다.
국자를 곤로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잘 저어 녹여냅니다.
소다가루를 두어 점 찍어 얹으면, 녹은 설탕이 연갈색 빛을 내며 잘 부풀어 오릅니다.
한 젓가락 떠서 먹어보면 이게 꿀맛입니다.
국자는 시커멓게 그을음에 그을렸지만,
이따가 엄마한테 혼 날일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맛은 천국의 맛이 었을겁니다.

추억속의 곤로를 그리다보니, 그 시절 이런저런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바로 엊그제 일인듯한데도, 세월이 이리 흘렀네요.
지금의 내 나이는 그 시절 엄마의 나이를 훌쩍 넘었고, 그 시절의 곤로는 이젠 찾아보기도 힘드네요.
그렇게 추억은 가슴에 묻히는가 봅니다
그렇게 세월은 마음에 얹히는가 봅니다
그 시절의 석유 냄새도
그 시절의 그을음도
아마 가슴 어딘가에
아마 손 끝 어딘가에
아직도 얼룩으로 배어 있을지도요.

오늘은 뽑기를 한 번 해 먹어 볼까요
그 시절의 석유 그을음은 없어도
국자 그을렸다고 야단 칠 엄마의 손끝은 없어도
설탕 한 숟갈 얹어서
추억 한 숟갈 넣어서
그렇게 한번 먹어 볼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 속 추억의 포근함을 기억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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