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옛 노트에서 - 장석남 =======================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 앵두가 익을 즈음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 한 끄트머리를 잡을 듯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젊은 시절, 방황하고 휘청대고 돌진하면서 바닥의 흙을 한 가득 묻히고 세상의 먼지를 한가득 덮어쓰고 세상의 비를 한껏 머금은 후에야 우리는 어느 날 앵두 한 알 익어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간신히 내 얼굴 마주 할 무렵 이제 겨우 시간이 보이고 세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간신히 당신의 사랑에 감사할 수 있을듯합니다. 이제야 간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