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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an 18. 2021

옛 노트에서 - 장석남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옛 노트에서 - 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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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
앵두가 익을 즈음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 한 끄트머리를 잡을 듯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던 젊은 시절,
방황하고 휘청대고 돌진하면서
바닥의 흙을 한 가득 묻히고
세상의 먼지를 한가득 덮어쓰고
세상의 비를 한껏 머금은 후에야
우리는 어느 날 앵두 한 알 익어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간신히
내 얼굴 마주 할 무렵
이제 겨우 시간이 보이고 세월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간신히
당신의 사랑에 감사할 수 있을듯합니다.
이제야 간신히.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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