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커피 향을 좋아하고, 새벽의 어스름을 좋아하고, 겨울에 뺨을 스치는 찬바람을 좋아하고, 오후 두 시의 나른함을 좋아하고, 그리고 당신을 좋아해요.
무엇을 좋아함에는 맞고 그름이 없습니다. 어느 카페의 커피가 맛이 있고 없고 한 것이 아니라, 나의 입맛에 맞거나 맞지 않는 것이듯, 세상의 모든 선택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차이입니다. 내가 좋아하면 맞는 것이고 내가 싫어하면 틀린 것입니다. 그 호불호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입니다. 그러기에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저마다 다른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감정의 선택 속에서 사람들은 같은 선택에 호감을 갖게 됩니다.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을 때,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안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같은 것을 좋아하는 감정을 반가워합니다. 그러기에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것에 즐거워하는 이들끼리 만나게 되고 모이게 되는 것이겠지요.
글을 쓰는 것도 그러한가 봅니다. 붓을 잡아 그려보는 캘리그래피도 그렇고, 한 자 한 자 모아 마음을 엮어내는 글도 그렇습니다. 잘 쓰고 못 쓰는 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드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을 뿐인 거죠.
매일매일 부끄러운 붓질을 하고, 졸필을 움직인 수줍은 마음을 올리면서도, 나의 붓끝이 매양 같은 길을 가고, 나의 연필 끝이 매번 같은 단어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새해에는 뭔가 새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급해지고 무거워지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항상 제 글에 공감해주시고, 저의 붓질을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메시지를 받곤 합니다. 그런 마음들을 받을 때마다 한편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한 감사함이 마음에 가득해집니다. 지치던 마음이 다시 두근거립니다. 나태해진 손끝에 다시 힘이 납니다. 좋아해 주시는 한 마디에 또 오늘을 열어봅니다.
오늘, 여러분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것은 무엇 때문에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좋은 것이겠지요.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생각만 해도 좋은, 그 좋은 모든 것들이 여러분의 오늘에 가득하길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