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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 Jan 08. 2024

일본의 3대 X – 3명원三名圓

이 정도는 알고 가자, 일본 (8)

2024년의 새아침이 밝자마자 일본에서 대규모 재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쓰나미津波를 동반한 큰 지진이 노토반도能登半島를 중심으로 동해(일본에서는 일본해)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1월7일 현재 사망자 110명, 실종 217명이라 알려졌고 사상자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노토반도는 혼슈本州의 중간 지점에 동해로 뻗어 나온 반도로 이시카와현石川県에 속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이시카와현이 피해가 가장 많았고 인근 후쿠이현福井県, 도야마현富山県, 기후현岐阜県까지 대규모 재난 사태를 맞았습니다. 일본은 대게 현의 이름이 현청 소재지의 이름과 동일한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는 가나자와金沢市입니다. (한국어 발음으로 어감이 비슷한 가나가와神奈川는 요코하마를 현청 소재지로 하는 현의 이름입니다) 

이 가나자와에 오카야마현岡山県의 고라쿠엔後楽園, 이바라키현茨城県의 가이라쿠엔偕楽園과 더불어 일본 3명원三名圓중 하나인 겐로쿠엔兼六園이 있습니다. 이번 지진이 워낙 커 겐로쿠엔 역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겐로쿠엔은 가나자와 인근의 유명 온천지 카가온센加賀温泉을 엮어 겨울에 방문했었습니다. 이 정원은 옛 카가번의 번주 마에다가문이 조성한 정원으로 여러대에 걸쳐 확장되며 세련미를 더해 왔습니다. 계절마다 개화하는 수목들이 많이 심어져 큰 호수와 더불어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냅니다. 카스미가이케霞ケ池는 정원에 조성되어 있는 거대한 인공 호수로 겐로쿠엔의 상징입니다. 

겨울에 방문한 관계로 유키즈리雪吊り를 볼 수 있었는데 유키즈리란 겐로쿠엔의 겨울 상징으로, 폭설과 적설에 의해 나무 가지 부러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나무와 새끼줄을 원뿔형으로 만들어 나무를 덮어 보호하는 일본 고유의 수목 보호 방법입니다. 정원 겐로쿠兼六는 웅장함, 고요함, 기교, 고색창연, 물의 흐름, 전망 이 여섯가지의 요소가 잘 어우러져 지어진 정원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겐로쿠엔. 출처 가나자와 관광청 https://visitkanazawa.jp/

한편 가나자와에 있는 세이료星稜고등학교는 야구와 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교로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와 친한파로 알려진 일본 축구의 레전드 혼다 케이스케本田佳佑를 배출한 학교로 유명합니다. 마쓰이는 이시카와현 출신으로 고향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하여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혼다는 토쿄 출생에 오사카 출신이지만 축구를 위해 세이료를 선택하여 이시카와로 온 경우입니다.   

   

오카야마는 전래 동화 모모타로桃太郎의 배경지로 유명하여 실제 복숭아를 많이 재배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모모는 복숭아를 뜻합니다. 오카야마역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검은색 성으로 유명한 오카야마성이 있고 바로 옆에 오카야마 번주의 정원 고라쿠엔이 있습니다. (고라쿠엔은 도쿄돔 자리에 있었던 옛 야구장 이름이기도 합니다. 한자도 동일합니다.) 

고라쿠엔 직접 촬영

고라쿠엔은 오카야마시를 가로지르는 아사히가와旭川 강 가운데 있는 섬에 위치 합니다. 섬 자체가 고라쿠엔일 정도로 큰 면적을 자랑합니다. 잔디밭, 연못, 수로, 수목, 정자로 구성되어 있어 여느 일본 정원과 구성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듯 하지만 전형적인 일본 정원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미슐랭 3스타 등급을 받았습니다. 다른 정원에 비해 월등히 넓은 잔디밭이 특징입니다. 

정원 전체를 휘감는 수로와 이 곳에 사는 수많은 비단잉어들이 방문객의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웨딩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으며 필자가 방문한 날에도 성인식을 맞아 기모노를 입고 기념 촬영하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14년의 공사 기간 끝에 1700년 조성된 이 정원은 오카야마 번주의 손님 맞이 정자 엔요테이延養亭와 후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엔요테이는 지금도 남아 있으며 (물론 보수 및 관리는 계속 해왔지만) 엔요테이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라쿠엔 직접 촬영

오카야마에는 구라시키 미관지구倉敷美観地区가 있는데 이곳 또한 오카야마를 방문한 다면 필수적으로 가 보아야 할 명소입니다. 일본의 주요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로 선정되어 있어 예전의 마을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작은 공방과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1930년에 완공되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 오하라미술관大原美術館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라쿠엔, 오카야마성, 그리고 구사시키 미관지구는 오카야마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가 보아야 할 명소입니다.  

구라시키 직접 촬영

도쿄에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에 이바라키현이 있습니다. 이바라키현 현청 소재지 미토시水戸市에 가이라쿠엔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에도시대의 정취가 살아있는 곳으로 특히 봄에 만개하는 매화나무는 장관인데 그 나무의 수는 무려 3,000주가 넘는다고 합니다. 봄 도쿄 여행 계획이 있다면 매화 만개 시즌에 맞추어 가이라쿠엔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매년 2월 중순부터 한달간 열리는 매화 축제기간에 방문해 보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이바라키에서는 4월의 벚꽃 축제, 5월 철쭉 축제, 8월의 불꽃 축제, 9월 싸리꽃 축제, 11월 단풍 축제 등 수많은 축제가 연이어 있습니다. 가히 꽃의 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이라쿠엔. 출처 https://www.japan.travel

가이라쿠엔은 1842년 미토번 번주에 의해 조성되었습니다. 가이라쿠엔 역시 번주 의 손님 맞이 정자 고분테이好文亭를 만든 것을 기원으로 한다고 합니다. 워낙 광대한 면적이어서 그 넓이가 도쿄돔 64개의 면적과 비슷하고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이어 도시 공원 면적 세계 2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고분테이는 공습, 낙뢰로 소실되는 수난을 겪다가 1972년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습니다. 도쿄에서 당일 치기 여행이 가능한 접근성이 뛰어난 곳으로 이번 봄에 도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가이라쿠엔. 출처 https://www.japan.travel

한편 3명원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또 한 곳 명원을 추천드리면 사누끼우동讃岐 うどん으로 유명한 카가와현香川県 현청 소재지 다카마쓰시高松市에 있는 리쓰닝공원栗林公園입니다. 일본 전통 정원이지만 공식 명칭으로 원 대신 공원公園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642년 번주의 명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입니다. 

국가 특별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특별 명승지중 면적이 가장 넓어 대형 연못 6개, 언덕이 13개가 있습니다. 대규모의 연못에서는 일본 전통 조각배를 타고 정원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수목 역시 많아 꽃창포 4,000주, 소나무 1,000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예전 카가와번을 방문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다실 기쿠게쓰테이掬月亭가 지금도 운영되어 있어 일본 전통 차를 마시며 정원의 정취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리쓰니닝공원 풍경.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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