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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y 10. 2021

자기 결정(페터 비에리, 2015)

나는 내 삶을 결정할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은 태어날 때 아무것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었다. 그냥 주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았다는 것은 꽤 멋진 삶을 살았다는 표현이다.


취직을 하기 위해 첫 번째 본 면접에서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이 회사의 대표가 되고 싶다'라고 답했다. 면접관들의 표정에서 '뭐 이런 당돌한 친구가 있나'라는 메시지를 읽었지만 진짜였다. 대표가 되면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막상 대표가 되고 나니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 그리고 이직을 할 때도 이런 태도는 변치 않았다. 연봉이 얼마면 좋겠냐는 질문에 '연봉은 알아서 주시고, 결정 권한을 달라'라고 했다.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나는 그게 제일 좋았다.


자기가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다면 '자기 결정'(페터 비에리, 2015, 은행나무)이라는 책을 펼쳐보자. 저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한국에 잘 알려진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다. 이 책은 백 페이지 남짓 되는 두껍지 않은 책이나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렇다고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2011년에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3일간 강연한 내용을 토대로 집필되어서 전달력이 꽤 좋다.

저자는 '자기 결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자기 목소리 찾기'가 그것이다. 하나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어렵다!


자기 결정의 순간을 맞기 위해서는 고요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떠들고 보여주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고요함의 가치를 외치는 저자는 스스로를 공상적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소설가인 저자는 '쓴다'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가치에 대해서도 힘주어 이야기한다. 평생 소설 한 편을 쓸 수 없을 것 같지만,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내 생각의 편린들을 글로 옮겨 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자기 자신을 항상 새롭게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된다고 한다.


자기 결정은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평생의 숙제이고, 이 숙제를 다 풀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해야 할 숙제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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