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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06. 2021

일을 버려라(제이슨프라이드 외,2019)

탁월함을 만들어 가는 조용함

나는 2011년 3월 13일 서점에 있었다. 뭐 특별히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가 아니라 참새가 방앗간 앞에 잠시 머물 듯, 스치는 길이었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책을 한 권 샀기 때문이다. 나의 버릇 같은 것이 있는데 책을 사면 책 앞에 구입한 날짜와 장소를 적어둔다.

그날 구입한 책은 ‘똑바로 일하라(제이슨 프라이드 외, 2011, 21세기북스)이다. 책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간결한 문체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일의 자리에서 내가 고민해오던 비슷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 담백하게 적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각 챕터는 짧은 글로 구성되었지만, 힘이 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조금 과장해선  챕터의 제목을 액자에 넣어 직장에 걸어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을 당시나는 저자인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 37 signals(지금은 베이스캠프)  몰랐다. 다만 읽으면서 합리적인 걱정이 들었다. 과연  사람은,  기업은 어떻게 될까? 말한 대로 잘할  있을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에 '일을 버려라'(제이슨 프라이드 외, 2019, 예문 아카이브. 원제 : It Doesn't Have to Be Crazy at Work)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궁금했다. 2011년 패기 넘쳤던 사람이 8년이 지난 다음에도 잘하고 있을까? 책이 출간되었으니 완전 망가지진 않았겠지 생각은 들었다.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왜 번역서의 제목이 '일을 버려라'로 되었는지 궁금하고 마음에 살짝 안 든다.

'일을 버려라' 전자책 중에서

"우리 회사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달성해야  성장 같은  없다. 의미 없는 분주함도, 자존심 때문에 세운 목표도 없다. 우리는 다른 회사를 따라잡으려고 애쓰지 않으며 미친 듯이 일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만나고 ' 다행이다. 회사가  운영되고 있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똑바로 일하라(ReWork)'라는 전편의 책과 마찬가지 솔직하고 담백하고 간결한 문체로, 여전히 확신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키워드는 '조용함'이다. 이 책은 조용한 회사를 지향하고 훈련해 온 과정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파이팅 넘치고 왁자지껄하고 경쾌하고 밝은, 한마디로 시끄러운 문화를 자랑하는 요즘 분위기에서 '조용함'을 선택하고 훈련한 얘기에 동의가 많이 되었다.

'일을 버려라' 전자책 중에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옛말이 오버랩되었다. 조용함이 갖는 힘을 믿고, 조용한 회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정이 참 좋았다. 사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나도 조용할 때 더 집중이 잘되고, 깊이가 생기고, 정리가 잘 된다. 그리고 조용함이 나를 나답게 지켜주는 일임을 잘 안다. 파이팅 넘치는 시끄러운 조직에서 묵묵한 조용한 조직으로 여정을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제이슨 프라이드가 2010년 TEDxMidwest에서 '사무실에서 일이 안 되는 이유(Why work doesn't happen at work' 도 한번 보시라. 아주 심플하게 이유가 정리되어 있다. 사무실에서 일이 안 되는 이유는 '엠앤엠(M&M)'이다. 엠앤엠은 초콜릿 이름이 아니고, 관리자와 회의(Manager and Meeting)이다. M&M이 일 방해하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끄덕 해 진다.


https://www.ted.com/talks/jason_fried_why_work_doesn_t_happen_at_work/transcript?language=ko#t-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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