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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08. 2021

연대하는 인간(강수택, 2019)

호모 솔리다리우스가 대표적 인간상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을 지칭하는 다양한 호모(Homo) 존재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호모 일렉투스(Homo Erectus), 호모 파베르(Homo Faber), 호모 루덴스(Homo Ludens),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호모 사케르(Homo Sacer), 호모 데우스(Homo Deus), 호모 렐리기우수스(Homo religiosus),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 호모 센티엔스(Homo Sentiens), 호모 소시올로기쿠스(Homo Sociologicus) 등등....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을 한마디로 칭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양한 호모들은 간혹 시험 시간에 등장해서 나를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호이징가에 의해 만들어진 말로,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지녔다. 유희를 통해 정신적 창조까지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는 말은?'  이런 식으로......


오늘 새롭게 볼 호모는 호모 솔리다리우스(Homo Solidarius)다. 연대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 ‘연결, 관계, 연대'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초대되었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연대의 개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이 책 저책 찾던 중 '연대하는 인간, 호모 솔리다리우스'(강수택, 2019, 지식의 날개)를 보게 되었다.


강수택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책으로, '연대(連帶, Solidarity)'를 중심으로 역사, 철학, 사회학, 교육 등이 총망라된 종합 인문서적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했고, 대통령을 탄핵시킬 정도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룬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하지 않은 세상살이를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답하고자 한 내용 같다.

효용을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형이자 경쟁 지향형 인간상을 지칭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이기적이며 계산적이며 지배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적 인간상을 지칭하는 '호모 폴리티쿠스'는 대표적인 근대적 인간상이다. 이 둘은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이해관계에 따라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고 지배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공감과 소통,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격적 관계를 기대하기 힘들고, 시민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살아가기 힘들다.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상을 대체할 새로운 인간상으로서, 호모 솔리다리우스가 이 책에서 제시된다. 개인의 자율성에 기초한 연대적 행위자로서, 도구적 합리성을 넘는 감정적 윤리적 행위자로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 신생태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는 인간상이다.

이 책의 7장 '사회적 인간 지수와 연대하는 인간 분포의 국제 비교' 부분을 보면 한국 사회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세계 가치 조사(World Value Survey)를 통해 확인된 한국은 '연대적 인간 부분'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경제적 인간 부분'은 5차 조사에서는 1위, 6차 조사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책 p213 참고) 즉, 시장의 논리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가 바로 한국사회이다. 교육에서도, 정치에서도, 시민사회영역에서도, 혁신에서도.... 시장의 논리가 지배한다.

금 모으기부터 촛불까지... 역사적인 현장에서 표출했던 연대 지향성을 일상에 적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연대 교육'임을 저자는 강조하면서 책은 끝난다.


연대 교육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실천적 결론이 '또 역시 교육이네!'라는 식상함을 살짝 주지만, 정말 종합 선물세트 같은 책이다. 연대를 주제로 다양한 학제의 논의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씁쓸한 자화상이 잔상으로 깊이 남는다.


시민사회의 가능성을 믿고 있는 분이라면, 호흡 좀 길게 하고 천천히 줄 그어 가며 읽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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