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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Mar 13. 2021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프레이리 외 2006)

존재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야 희망이 보인다.

서삼독(書三讀). 고 신영복 선생님이 하신 얘기다. 책 읽기는 3번에 걸쳐 읽어야 하는데, 먼저 텍스트를 읽고, 그다음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읽는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깊이 읽어서 '저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탈주의 과정을 밝아가는 것'이 독서라는 말씀이다. 물리적으로 같은 책을 이독, 삼독 하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완독 했던 책을 다시 읽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반복적으로 읽었던 경험을 포함한다면 모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독, 삼독을 포함한 재독(再讀), 즉 되풀이하여 읽는 책이 있다. 나에게는 '성경'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읽을 때마다 메시지가 다르고, 해석이 다르고, 의미가 다르다. 그런데 다 좋다! 


'교육'과 '사회변화'라는 테마를 가지고 내가 재독 하는 책은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파울로 프레이리, 마일스 호튼 지음, 프락시스 옮김, 2006 아침이슬)이다. 교육과 사회변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프레이리와 호튼을 모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책은 20세기 교육과 사회운동에 큰 획을 남긴 두 사람의 대화를 묶은 대담집 형태의 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대화하다 보면) 우리의 길(이야기)이 만들어질 것'(p18)이라는 프레이리의 언급처럼 정말 멋진 길을 닦아졌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대화가 어떻게 이렇게 환상적인 책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다음의 장면을 보면 된다. 호튼이 '책은 신비로운 어떤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책이란 삶을 반영해야지 삶과 괴리되면 안 되지요'라고 언급했고, 프레이리는 '대화는 대지의 샘에서 솟아오르는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말이 글로 옮겨지고, 연설이 연설문으로 옮겨지면 원래의 생명력을 잃게 되지요.'로 답한다. 다시 호튼은 '말은 삶의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삶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말씀이 맞는 듯하네요.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그 생각은 이미 죽어 있어요'로 답하는 장면.....(p20~21)



침 좋아하는 책인데, 안타깝게도 절판이 된 것 같다. 제 참 좋아하는 3개의 장면만 보여 드리겠다. 되도록이면 꼭 구해서 읽어 보시길! 두 거인의 어깨를 타고 엿보는 세상이 달리 보일 거다.


#첫 번째 장면(p58)

이 사회가 가진 가장 비극적인 병중 하나는 '마음의 관료화(bureaucratization of the mind)', 즉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여기는 정해진 틀이다. 이 틀과 부딪히고, 갈등하고, 결별하고, 단절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없다는 말은 내가 현재의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늘 각인시켜 준다.


#두 번째 장면(p224)

내가 즐겁고, 행복하고 좋은 것을 해야 하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간격이 좁고, 존재와 인식이 한배를 타고 항해할 때가 진짜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야 할 때가 되면 나는 이 대화의 장면을 떠 올린다.


#세 번째 장면(p306)

최선을 다하고 이런 장면으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뒷모습이 정말 아름다우면 좋겠다. 그리고 살아온 삶에 축배를 한번 올리면 좋겠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은... 그런 사람.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울컥했던 그 시간을 늘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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