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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04. 2021

신의 위대한 질문(배철현, 2015)

신의 최초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2021 4 4. 오늘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달려 사망한 예수가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난 날을 기념하는 기독교계의 아주 중요한 절기이다. 부활신앙은 어찌 보면 기독신앙의 핵심이기도 하다. 사망을 이긴 권세의 위대함은 물론, 사망을 이긴 의미와 상징성은  자체로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쓴 '신의 위대한 질문'(배철현, 2015, 21세기 북스)은 부활절에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본문은 '너는 어디에 있느냐?', '너의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수 있는가?', '주님께 드릴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네가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너는 어찌하여 내가 악하게 여기는 일을 하였느냐?',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네가 무엇을 보느냐?', '무엇이 선한 것인가?', '누가 우리를 대신하여 갈 것인가?', '네가 화를 내는 것이 옳으냐?',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등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총 13개의 신의 위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저자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신의 질문을 성서의 행간에서 읽고, 이를 해석한 다양한 작품과 인간의 행위를 통해 해석을  주고 있다. 좋은 질문만큼 좋은 답은 없으니 신의 위대한 질문은  종교에서 삶의 의미를 채워가려는 사람들의 답이어야  것이다.


신의 위대한 질문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신의 위대한 질문, p53

신의 첫 번째 질문은 히브리어로는 딱 한 단어인 '아이에카(ayyeka)'인 "네가 어디 있느냐?"이다. 태초의 질문인데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나의 마음과 정신, 육체가 향하고 있는 곳이 곧 '나'이다. 지금 비추고 있는 곳이 쌓여 곧 내가 되는 거니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의 위대한 질문, p111

타자 없이는 나를 주체화할  없다는 것은 철학적 절대 명제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을 떠날  있는가?'라고 묻고 있는 신의 질문은 낯섬을 받아들일  있는지 묻는 것이다. 타자를 만나고, 다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성찰하고, '거룩' 이룰  있다. 책의 설명과 같이 '거룩'이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카도쉬(kadosh)' 원래 의미가 바로 '다름'이라는 것을 많은 기독교인들이 기억하면 좋겠다. 기독교가 배제와 배척, 그리고 증오와 저주의 말을 너무 쉽게 내 뱉고, 심지어는 예수의 이름으로 너무 쉽게 훈계하고 질타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의 위대한 질문, p305

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선(善)인데, 선의 기준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느끼기에 좋은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공공성과 공의의 실천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흔히 착한 일을 한다고 취급(?) 받는 비영리 부문에서도 선(善)의 의미를 신의 질문에 따라 다시 답해 봤으면 좋겠다.


신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아직 답을 하지 못했다. 이 책은 신의 질문에 어떤 식으로 답을 해 가면 좋을지 길을 안내하는 해법서 같은 책이다. 하지만 정답지는 아니다.


오래전에 부활절을 맞이해서 그린 그림  장으로 부활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려 한다.


해피 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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