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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14. 2021

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김길웅 외, 2013)

해석의 공간은 무한하다.

최근 펜트하우스 시즌1을 정주행 했다. 혼을 담은 출연자들의 과장 연기와 막장의 끝판을 달리는 스토리 전개는 '이게 말이 돼'를 연발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지? 하면서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은 아마 역설적이게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인 듯하다. 이성적, 논리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 버리니 말 그대로 넋을 놓고 보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시즌2를 볼지 안 볼지는 현재 심각히 고민 중이긴 하다.


인류가 만든 이야기 중 '신화'가 딱 그런 것 같다. 말이 안 되는데 매력적이다.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확장된 상상력과 구전을 반복하면서 증강된 스토리텔링 능력, 거기에 덧붙여진 예술적 리터치는 신화를 정말 ‘신화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만났을 그리스로마신화는 그 현실적인 영향력도 대단하다. 스타벅스, 나이키 등 수많은 브랜드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히야신스 같은 꽃 이름, 황소자리와 물고기자리 같은 별자리 이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피그말리온 효과 같은 심리학 전문용어등에 이르기까지 신화의 흔적은 현실에 그대로 남아 있다.


신화는 해석의 공간도 풍부해서 읽는 이의 머리를 즐겁게 한다.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로 신화를 재해석한 '신화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김길웅 외, 2013, 21세기 북스)라는 책이 있다. 그리스, 로마, 한국, 게르만, 중국, 일본 등의 다양한 신화를 교재로 삼아 리더십 사례를 찾아내고, 현재 경영 세계의 인물을 대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책이다.

'길을 잃었을 때는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중략)... 신화는 인간은 도대체 삶에서 무엇을 구하고,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가를 되새겨보는 명상의 ' 이기 때문에 리더십의 근본을 묻는데 적합하다고 생각에서 출발하는 책이다. 책에서는 리더십의 근본 덕목을 '인간미, 소통, 신념과 의지, 비전 제시, 창의 혁신, 의사결정, 관리·통솔·정치, 위기관리, 진정성과 성찰, 아름다운 마무리 10가지를 꼽고 있다.

그리고 이 10가지 덕목에 어울리는 신화를 뽑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압하고 최고의 신이 된 제우스는 올림푸스 12 신 체계를 구축한다. 제우스를 통해 리더가 어떻게 인재를 활용해야 하고, 조직을 민주적(?)으로 통치, 관리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식으로 책은 전개된다. 내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미리 아는 자'라는 뜻을 가진 프로메테우스는 비전 제시를 하는 성찰의 리더십 부분에서 다루어진다.


신화를 억지로 리더십에 갖다 붙인 것 같은 부분도 꽤 많이 확인되지만 신화 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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