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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Apr 18. 2021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2016)

우리가 사랑이라는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남의 얘기는  간질간질하고, 궁금하고 계속 듣고 싶고, 기분 좋다.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나오면 ' 생각해라', '결혼은 생활이다', ' 굳이 하려고 하느냐'   현실적으로 이야기는 선회된다.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하게 많이 알고, 사랑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모하리만치 아는 게 없는 듯' 하여 쓰인 소설이 있다. '낭만적 사랑과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2016, 은행나무)은 철학적 연애소설 혹은 지적인 사랑 얘기이다. 분명 장편소설인데, 알랭 드 보통의 철학서적을 읽듯 밑줄을 쳐 가며 읽게 된다.


소설의 서사는 간단하다. 운명처럼 만나, 낭만적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 험난한 결혼 일상을 겪어가는 이야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다. 소설적 은유나 표현에 푹 빠지거나 예기치 못한 스토리 전개에 전율을 느끼거나 하지 않는다. 평범한 서사적 구조에 철학자 한 명의 해설이 섞여 있는 형태이다. 소설을 읽은 것 같은데, 철학서 혹은 에세이를 읽은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나는 책이다.

이 소설은 앞부분에서 결혼을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 친절한 도박행위'로 정의한다. 도박을 잘하기 위해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 필요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운이 70%이고, 기술(노력) 30%라는 얘기다.


결혼은 도박이니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70%의 운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니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좀 해 볼 수 있는 30%의 기술에 대한 책이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겠다는 복선을 앞부분에 있는 결혼의 정의에서 깔고 있다.

소설은 다양한 사랑의 기술들을 선보이며 마지막에 이른다. 그리고 기술로 지켜낸 사랑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혼 생활에 머무른 것은 기이하고도 신기한 업적이며 두 사람은 그들만의 전투로 단련된 상흔 입은 사랑에 충성심을 느낀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올해 결혼 25주년인데, 운도 굉장히 어마어마하게 좋았고, 기술도 꽤 현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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