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계절산타 Apr 23. 2021

파친코 1,2(이민진, 2018)

이토록 스피디한 장편소설이 있었던가?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아주 강렬하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이민진, 2018, 문학사상사)는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작가의 삶과 오버랩된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무미건조할 정도로 담담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딱 책 2권으로 담았으니 말 다했다. 그만큼 전개가 빠르다. 근현대사를 싣고 속도제한 없는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모두가 주인공이다. 각자의 삶이 다 그려진다. 훈이, 선자, 한수, 이삭, 요셉, 경희, 창호, 노아, 모자수, 솔로몬, 하나 등 수많은 등장인물이 역사적 굴레 속에서 각자의 한계를 처절하게 겪는다.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상처와 생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살았던 사람을 이렇게 묘사한 것을 봤다. ‘태어났더니 제 나라가 없고, 해방을 맛보았는데, 전쟁이 일어나고 분단되고, 군사독재가 시작되고, 산업역군으로 변신하고...’


 속에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역사가 발목을 잡고, 발버둥 치지만 끝내는 탈출하지 못한 지울  없는 낙인을 안은 살아간다.


이 또한 그냥 지나가는 것은 없다. 지나간 삶 속에는 수많은 흔적과 상처가 있기에 한 명 한 명의 삶이 절대 가볍지 않다.


정말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대하(?) 소설을 보고 싶다면  만한 소설이 없는  같다. 소설의 전개 속도가 읽는 나의 호흡보다 빨라 가슴  소설이었다! 흡입력이 볼링공을 들어 올리는 진공청소기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멀티플라이어(리즈 와이즈먼 외, 20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