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도 돈이다
데이터를 주고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돈, 많은 돈과 작은 돈, 공짜 말고 또 뭐가 있나? 데이터를 주고 데이터를 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갈수록 더 많아질 것 같다. 전에 글로벌 회사에서 데이터를 주면 자사 브랜드인 명품 가방을 주겠다고 해서, 무슨 헛소리야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선견지명을 가진 분이셨나보다.
급변하는 시장의 환경에서 일할 때는 헛소리 같은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진짜 헛소리도 있다. 작은 확률이지만 큰 깨달음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귀를 열어두자는 말이다. 아직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기대하지 않았던 상대에게서 힌트를 얻을 때가 있다.
데이터와 데이터의 교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데이터가 직접적인 화폐는 아니지만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좋은 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그 데이터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데이터가 있어서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데이터 판매권한을 나눠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가 분석에 활용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도 못 할 만큼의, 말도 안 되는 정도의 가치! 시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면 더 그렇다.
데이터를 보유해야 한다. 이건 저축과도 같다. 데이터는 든든히 뒤를 받쳐주는 자산이다.
본업에서 데이터가 생산되지 않는다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새롭게 앱을 만들어서 고객을 확보하거나, 데이터를 사서 보유하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데이터가 그 자체로써 힘을 갖게 될 것이므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데이터를 정제해 놓는 활동이 발 빠르게 필요하다. 단일 회사가 아니고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룹사 데이터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가 상승에 비해 데이터 가격은 오르지 않는 것 같다. 4명이서 밥을 먹으면 금방 10만 원이 나오는데, 파리크라상에서 빵 두어 개 담으면 3만 원이 나오는데 데이터 가격은 어떤가? 데이터값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건 데이터에 가치를 더해야 되는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우리가 작년에, 올해 벌던 거래 규모에서 한번 점프 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가치를 더하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서의 데이터와 그 활용 방안을 생각해 보자.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본업을 뛰어넘는 데이터 자산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당선돼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 정도 낮게 예측된다고 한다. 데이터는 이런 시장 변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사업이 될 거다. 제대로 데이터 맛을 본 기업은 경기가 어려워져도 데이터를 뺄 수 없다. 이미 업무 깊숙이에 데이터가 박혀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는 경제 효과 분석을 위해 데이터를 보고 있다. 코로나가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를, 축제기간에 방문한 고객이 누군지, 홍수가 나면 어떤 업종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지, 대형몰이 생기면 지역의 소상공인 매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수년동안 관찰했다.
카드데이터로 안 되는 건 없다. 만들어내기 어려운 데이터는 있지만 불가능한 영역은 없다. 다른 데이터와의 결합키 역할도 해낸다.
하지만 소비데이터와 그 비슷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 많다 보니 쉽게 대체되고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소비데이터의 공급자는 대부분 대기업이다. 대기업에는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훌륭한 인재들이 있고, 데이터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어 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생각하는 건 어렵지만 주제만 정해지면 쏟아부을 예산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도 돈이다. 시장 안에서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장을 지어줄 필요도, 지원금을 줄 필요도 없다. 덜컹거리는 길을, 칸막이를 없애주기만 하면 데이터가 알아서 활동할 거라고 본다.
모든 결정에는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있다. 해보지 않았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안 하는 결정을 하기는 쉽다. 그래서 못한다, 그러니까 하지 마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는 게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데이터 경제도 자유로운 시장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