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
웹 3.0 정의는 몇 번을 읽어도 낯설다. 머신러닝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AI처럼, 마이데이터를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웹 3.0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통제기관이 없어지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이야기들은 많으니 여기서는 활성화 측면에서 말해보려고 한다.
데이터전문기관 라이선스를 어렵게 취득해 놓고 반납하는 기업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물리적인 환경과 운영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기다려보자, 호재가 생길 수도 있잖아’ 싶은 기대감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비용 회수 시점을 가늠할 수 없어 발생한 전략적 판단이다. 이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관리자들이 하는 일이 기대된다. 문을 여는 것보다 어쩌면 문을 닫는 의사결정이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해 보여서다.
모든 변화의 흐름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인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으려면 돈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돈이 되는 곳에 기업들이 모이는 건 아마도 불변의 진리 같다.
웹 3.0 시대가 열리면 내 데이터로 돈 버는 시대가 열릴까? 데이터 유출사고 시 개인에게 돌아간 보상금액은 10만 원부터 약 300만 원 수준이었다. 이 보상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다이내믹한 데이터를 생성하지 못할 수 있고 이 보상금액을 작게 느끼는 사람들이 금융, 의료 등 각종 분야에서 많은 데이터를 생산할지 모른다.
마이데이터 사례에서 봤듯이 내 데이터 활용에 대해 동의를 하더라도 10만 원 이상의 현금을 받기 어렵다. 동의받은 데이터만 활용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편향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데이터 확보 비용이 증가한다. 새롭고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이 어려워지고 원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서비스 금액을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많은 돈이 들지만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를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에게 데이터 주권을 찾아준다는 이 캐치프라이즈가 진짜 고객이 원하는 방향인가 의문스럽다. 우리들은 개발환경의 변화, 새로운 용어의 등장에 휘말려 정작 이것이 왜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고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챙겨야 할 일이 추가되는 건 아닐까? 기업이나 정부가 어느 정도 관리하고 가이드를 줘야 할 일을 그냥 개인의 책임으로 넘겨버리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고객은 웹 3.0이나 마이데이터의 개념에 무관심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일반 사람들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려면, 데이터를 내 생각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에게 이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기업들을 교육시키는 데에도 수년이 걸리는 이런 변화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작동될 수 있을까?
웹 3.0이 마이데이터와 같은 개인 데이터 생태계를 넘어 인터넷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이야기한다는 걸 알고 있다.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목표로 한다면 머신러닝이 특정 태스크의 성능 향상에 집중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 소상공인들의 동의를 구해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서비스하고 있는 캐시노트처럼, 데이터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가더라도 데이터보유기업과 고객의 사이에 캐시노트 서비스 같은 앱, 중계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 같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대출이자를 받는다. 뭔가를 주고 뭔가를 받는다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 우리는 민감정보가 아닌 개인 정보를 주고 반대로 편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기업들이 특별하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내 데이터를 디지털지갑에 넣어두고 플랫폼을 통해 직접 유통할 수 있게 된다고 상상해 보면, 이게 고객들이 원하는 데이터 산업의 발전 방향인가 싶은 생각이 자꾸 올라온다. 예전에 우리들이 이런저런 포인트를 한 곳에 모아 두는 앱을 사용했던 것처럼 내 금융데이터, 의료데이터, 핸드폰 사용이력, 카카오톡 대화, 쇼핑이력 등 온갖 데이터를 확인하고, 팔고 또 팔고 중고거래도 하고 또 하고 한다고 할 때, 이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얼마고 내가 신경 써야 하는 공수는 어느 정도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데이터가 자유롭게 돌아야 산업 활성화가 된다.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화된 시스템으로 가던,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주든, 시장의 변화가 진짜 고객을 이롭게 하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웹 3.0 대국민 설명회를 해봐야 아무도 안 올지 모른다. 이 변화의 결과로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빠르게, 기존에 누리지 못했던 혜택이 생겨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웹 3.0의 정의를 반복해서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르익지 않아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