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오래가는 마케팅을 꿈꾼다
데이터 없이 AI를 할 수 없는 것처럼 마케팅에도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훅 들어온 AI와 무르익은 데이터 세상에서 우리는 마케팅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마케팅에는 이성적인 것과 감성적 영역이 공존한다. 마케팅 공식이 있을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성공하는 마케팅 매뉴얼이란 허상같이 느껴진다. 똑같이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예전의 마케팅이 딱딱했다면 요즘의 것은 말랑한 것 같다. 분석 그 자체가 중요했던 과거에서 활용을 염두에 둔 데이터 분석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데이터를 관련지어 생각할 때 가장 큰 특징은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이터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내부데이터만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를 분석방법에서 찾았던 것 같다.
어떤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우리 회사 마케터로 채용하고 싶은가 생각하면 경영학, 통계학 전공자에 집중되었던 수요가 다양한 전공으로 넓어진 것 같다. 어떤 마케팅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수집한다. 다행히 내부에 있다면 좋겠지만 없는 데이터라면 사 오면 된다. 장기적으로 필요하면 제휴를 맺기도 하고 더러는 회사를 인수하기도 한다. 이런 걸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싶다고 하면 데이터가 많은 회사에 입사하라고 가이드를 줬지만 이제는 달라진 것 같다. 꼭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로 무언가를 확실히 하려는 회사면 된다.
AI가 붙으면서 연결된 데이터도 생각하게 된다. 검색과 구매의 연결, 관심사와 고객의 생애주기 연결, 일상의 소비와 특별한 날의 소비 같은 것들이 구름 속 같이 뿌옇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곧 비로 쏟아질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는 빨라진 속도다. 데이터가 정비되고 발 빠르게 준비되면서 즉각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네이버에서 토마토를 검색하면 이제 그다음부터는 메인창 하단에 계속 토마토 광고가 뜬다. 이제 여기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카드 정보를 보여주면서 즉시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와중에 토마토 가게를 지난다면 앱푸시로 지난번에 검색했던 그 토마토 가게가 인근에 있다고 알려주게 될 텐데…
입양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양육이 어렵다는 육아의 진리처럼, 마케팅도 새로운 시도가 어려운 게 아니라 그걸 유지하는 게 어렵다. 우리가 지금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초개인화 마케팅, 실시간 쿠폰 마케팅은 10년 전에도 존재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희미해졌을 뿐이다.
현상을 알고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어떤 마케팅을 하려고 하는지, 그것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데이터를 쌓아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각적인 시그널은 어떻게 받을 것인지 정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솔루션 형태의 마케팅 상품 판매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한 곳에만 활용되는 모델링이란 얼마나 아까운가? 잘 만들어진 모델링일수록 더 그렇다. 데이터만으로 경쟁력을 찾으려 하지 말고 조금 더 완제품 형태의 상품이 필요하다. 우리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단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 아닌가?
모델링을 팔아보자고 말하면,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그건 안 되는 거다, 그런 적은 없었다’는 답을 제일 많이 듣는다.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이라면 우리 마케팅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기획단계부터 모듈화 해서 블록처럼 넣고 빼고 쌓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면 어떨까? API를 연결해서 손쉽게 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 하면? 데이터나 모델링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사람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까지 갖출 수 있다면…
고객들이 먼저 찾아왔으면 싶고, 찾아온 고객은 오래 머물렀으면 싶은 것이 마케터의 마음이다. AI시대의 마케팅이야말로 역설적이게도 창의적인 역량이 중요한 것 같다. 모든 것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 마음을 일으키는 마케터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고객들의 소비행태 속에서 그것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야기로 풀어 설명할 수 있는 깊이를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되는지 답도 없어서 더 어렵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우리들의 시간을 벌어준다면, 우리들은 사람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AI와 데이터로 가득한 바구니에서 싸우지 말고, 한발 밖으로 나와서 사람을 보기 시작하면 다른 문이 열릴 것 같은데, 원래 하던 일이 그런 거라서 그런가 발 빼기가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