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1번 국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차선이 줄어드는 걸 알면서 쌩 달려와 끼어드는 차들에게 양보도 해야 한다.
그렇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비켜주는 게 '양보'라는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
한두 대쯤 끼워주면 적당히 끼어들어야 하는데 또 머리를 들이미는 차가 있다.
양심도 없다.
쨍하게 덥던 여름의 어느 날 돌아가더라도 안 막히는 곳이 낫겠다 싶어 시골길을 택했다.
창문을 내리면 훅 하고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가 좋았다.
철길을 달리는 전철이나 잡풀이 빼곡히 덮인 시골의 풍경에 시선을 두기도 했다.
그러다 자전거를 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모자를 쓰고 고무장화를 신은 사람.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한 손으로 우산을 쓰고 신나게 달린다.
균형감각이 끝내준다, 고 혼자서 감동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너무 좋아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듣고 있는데 열린 창문 틈으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그 남자였다.
그 사람에게 출근길인지 퇴근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의 행복이 내게 전달됐다.
이렇게 작은 일이 행복이구나 싶다.
크게 마음먹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다.
모든 날들은 사라진다.
그래도 어떤 건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남는구나 싶다.
인생에서는 초보자를 위한 학급 같은 것은 없어. 세상은 우리에게 늘 다짜고짜로 가장 어려운 것을 요구하거든.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중에서-
그만 되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내가 내게 말해준다.
다시, 가을이다.
잘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