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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an 30. 2022

나쁜 상사 대회를 엽니다.

해결을 할 수 없어서 해소를 합니다.

21세기 최고의 사자성어를 하나 뽑는다면, '내로남불'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와 한글이 만들어낸 착착 붙는 발음. 거기다 인간사 대부분에 적용되는 범용성까지.
-[1cm 다이빙] 중에서-

2020년 4월 18일에 나는 이 대회에 참가했었다.

대표의 가족이라는 악어백을 맨 그 녀석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중요한 건 뭐가 잘못됐는지 나는 모른다는 거다. 핵심은 빼놓고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여의도에서 뺨 맞고 나에게 화풀이한다는 것쯤만 느껴질 뿐. 나이 오십에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눈동자를 굴리며 그런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 그 녀석 생각만 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오늘은 또 어떻게 버텨야 할까? 그 녀석이 무섭다.


5개월 정도 견디다 못해 그 녀석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했더니  '제가 바뀔게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라고 했다. (30년 지기 친구인 대표에게 이유를 말하고 그만두려 했다.) 그 뒤로 그 녀석은 정말 바뀌었다. 말투가 바뀌더니 이제는 내 덕분이라며 고맙다고 까지 한다.


1,2 차 접종을 하고 일주일 가량 아팠기에 3차 접종은 설 연휴를 택했다. 전기매트 위에서 털목도리 하고 이불을 두 개 덮어쓰고 있다가 벌떡 일어 난 건 다시 나쁜 상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 녀석은 정비하는 곳과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평상시 말하는 것과 같은 어조로 차분히 말한다.(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웃기까지 한다. 바뀐 그 녀석보다 고단수다.)


겨울에는 '같은 조건에서 일해야지 왜 히터를 켰냐'며 에어컨 켜라는 그 녀석. (여름엔 에어컨 끄라고 한다.)

눈 내리는 날 커피를 마시고 눈 치우는 녀석들 마실 뜨거운 차를 준비했더니 '눈 오는 날 커피 마시는 거 아냐, 진상처럼'이라며 눈 올 때마다 우려먹는 그 녀석. (커피는 타놓고 전화받으랴 고객맞이 하다가 식어서 한 번에 털어 넣는다. 우아하게 마시고 그 소리 나 들으면 덜 억울하다.)

'똘똘하게 일 해 똘똘하게'

'여자건 남자건 아디 가서 똘똘한 사람 데리고 와.'

'나이 들면 집에 가만히 있지 왜 나와서 일하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면서'

요즘은 영화를 자주 보는지 '내 머릿속에 지우개' '덤 앤 더머'라고 한다.

고객이 있건 말건 '진상이네, 주접이네' 말을 가리지 않는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언제부터인지 나보고 그 녀석 자리에 있는 거 만지지 말라고 해서(나한테 인수인계 해준 직원한테도 똑 같이 말했다. 목소리도 듣기 싫다고 대놓고 말하는 걸 듣고 놀랐다. ) 나는 그림자처럼 지낸다. 그 녀석이 자리에 없으면 서류를 살짝 껴놓는 식으로. 한마디로 나는 그 녀석 피해 다닌다.


어느 날 참다못한 '바뀐 그 녀석''그녀석'한테 물었다.

'사모님 다니는 회사에도 그렇게 말 괴롭히는 사람 있대요?'

'응, 있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그 녀석.


'자기 와이프도 당하니까 너네도 당해 보라는 건가?' 바뀐 그 녀석은 이렇게 추측한다.

나는 그 녀석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니까 재미있는지 들락날락하면서 말을 내뱉는다는 것 밖에. 사무실에는 나와 바뀐 그 녀석뿐이니 대상은 둘 중에 하나 이거나 둘  거나.


바뀐 그 녀석은 요즘 가슴이 뛴단다. 그 녀석이 또 오늘은 어떤 말을 하려나 하는 걱정 때문에.(난 이 마음 안다. 너 때문에 나도 그랬다. '내로남불'?) 그 녀석이 쉬는 토요일은 정말 마음이 편하단다.


*우린 주 6일에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그 녀석과 함께합니다.

그렇다면 우린 도대체 그 녀석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 5일을 고정적으로 만나야 하고, 심할 경우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을 함께 해야 하는 그 녀석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다.
-[1cm 다이빙] 중에서-

다시 열이 나서 약 먹으러 갑니다. 설 연 휴 동안 아프지 말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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