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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Feb 06. 2022

손톱이 부러졌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자신과 끝없는 싸움인 것 같다.  그 싸움에서 내가 이기고  있다는 장담은 못하겠다. 그랬다면 마음 아픈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 테니.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아이가 신경 쓰였다. 30분 후면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친구와 디스코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방에서 나온 아이에게 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먹을 거야? 곤드레 나물밥 먹을래?  아이는 선심 쓰듯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에 늦더라도 밥은 먹이고 싶었다.  간장까지 넣어 주니 계란 프라이도 먹고 싶단다. 말없이 프라이팬을 꺼냈다. 성급한 마음처럼 계란 프라이가 눌었다. 휴대폰을 보며 밥 먹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발사할 것 같았다. 차는 놀이터 있는 곳에 있다고 말하고 먼저 나와버렸다.


눈발이 세차게 날리고 있다. 상담만 아니면 나가지 않을 날씨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손톱이 부러졌다. 부러진 손톱처럼 내 마음도 거슬린다.

허지웅은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감이라는 게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열 보가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반보가 필요하다. 그보다 더하거나 덜하면 둘 사이를 잇고 있는 다리가 붕괴된다.  인간관계란 그 거리감을 셈하는 일이다.

난 허지웅이 그냥 좋다. 아니, 이유가 있다. 이혼 가정에서 자랐지만 혼자서 잘 해내서 좋다. 노노도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둘 테니 부디 노노는 소유하는 법이 아닌 존재하는 법을 알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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