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양으로 살아가야 할까?

다름을 인정하는 건 나에게 달려있다.

by 솔담

어떤 규범 속에 갇혀 지켜나가며 살았습니다.

그 모양을 벗어나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싫다!”는 소리를 하면 버림받을 것 같아 내면의 마음을 숨기고 복종하던 나.

교실 내에서 누가 잃어버린 것을 가져갔는지 눈을 꼭 감고 있는 그 시간에 혹시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닌지 많이 떨렸습니다.

책상 서랍 속 교과서를 펼쳐보지 않았음에도 커닝했다고 말하는 선생님께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렸습니다.

내 진심이 알려지리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이혼을 하게 되었을 때 들던 걱정 하나가 내가 과연 이 아이의 사춘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지금은 피식 웃게 만듭니다.

사춘기다운 사춘기도 연애다운 연애도 해보지 못한 나였기에 더 두려웠습니다.

볼이 통통했던 5살 아이가 이제는 16살 아이가 되었습니다.

키도 덩치도 나보다 훨씬 더 커버린 그 아이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혹시라도 내가 막 짜증내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이해해줘. 내가 사춘기인 거 같거든.”

사춘기인 것 같다고 미리 말해주는 그런 아이로 자랐습니다.

집이 제일 좋다는 아들. 난 정말 행복하다는 아들입니다.


요즘은 먹방 프로를 즐겨보다가 요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몇 가지 요리를 직접 해서 먹기도 합니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고 허걱! 턱 막혀오기도 했지만 티 내지 않고 아이와 저녁을 차려서 먹고는 했습니다.


금요일은 돌아와 보니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엄마! 너무 쌓여있어서 그냥 두자니 내가 너무 양심이 없는 거 같아서 설거지했어.”

아이도 나도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엄마! 내일 퇴근할 때 전화해. 그러면 내가 오믈렛 만들어 줄게.”

토요일 점심은 아이가 만들어준 오믈렛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 낮에는 EBS를 통해 [미세스 다웃파이어] 영화를 봤습니다.

끝날 때 나오는 명대사를 옮겨 봅니다.


부모님도 때론 싸울 때가 있단다. 그럴 땐 떨어져 지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단다. 화해를 하면 다행이지만 못하더라도 슬퍼하진 말거라. 네 탓이 아니야. 헤어졌다고 해도 널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단다. 가정에는 여러 종류가 있단다. 엄마만 있는 집, 아빠만 있는 집, 삼촌 이모와 사는 아이, 할머니와 사는 아이도 있지. 양부모님과 사는 아이도 있단다. 떨어져 사는 가족도 많지. 서로 수만리 밖에서 살면서 몇 달, 몇 년 만에 만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캐이티! 서로 사랑하는 한 마음속의 가족은 영원하단다. 용기를 내거라. 다 잘 될 거야.


그랬습니다.

친구들 가족과 어울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왜 아빠가 없냐고 울던 아이.

왜 셋, 넷인데 왜 우리만 둘이냐고 뒷자리에서 울다 잠들던 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아이가 너는 아빠 없으니 죽어도 된다며 찻길로 밀었다며 나에게 안겨 울던 그 작은 아이가 이렇게 자란 겁니다.


네 탓이 아니라고, 엄마랑 둘이 살아도 행복하다고 크게 말해주지 못한 나.

그런 엄마와 자란 아이지만 참 잘 자란 것 같습니다.


아이의 생물학적인 아빠 이야기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와 합니다. 너의 아빠 쪽 가족이 궁금하면 엄마가 데려다준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는 아이.......


아빠 보고 싶은 마음을 숨기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5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흥얼거리던 [베토벤 바이러스]를 우연히 들어도 이제는 그냥 그렇습니다. (합기도 시범단장이었던 아이의 아빠가 시범 보일 때마다 나왔던 음악이 베토벤 바이러스였어요.)


5살 그 작은 아이가 누워있던 병원 침대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지만 생각이 유연해졌나 봐요.


어느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쳇바퀴 돌 듯 살던 제게 시간이 선물해준 건


벗어나도 괜찮아. 나쁜 게 아니고 잘못된 게 아니고,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싫다! 고 말해도 돼. 너를 숨기지 말고 너의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해 보렴.

시간이 너를 응원해 줄 거야.


십 년 전 힘들었던 너의 삶이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듯이

십 년 뒤의 너는 더 잘 지내고 있을 거야.


어떤 모양으로 살아갈지 걱정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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