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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y Story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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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비 Oct 14. 2024

Hotel Excelsior에서 보낸 첫날

2016 유럽 여행 이야기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공항(Frankfurt Airport, FRA)에서 숙소가 있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Main) Hbf)으로 이동한 우리는 역 앞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내일 아침 브뤼셀(Bruxelles)로 떠나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무언가 해볼 요량이었는데 역사 안은 이른 시간임에도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남은 곳은 도넛 가게와 드라마에서 보던 네모난 종이 상자에 볶음우동 같은 걸 파는 곳뿐이었다.


그날이 축구경기를 하는 날이었는지 거리 테이블마다 모여 앉은 사람들이 축구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편 거리에는 시장이 있어서 구경할까 했지만 피곤해서 쉬기로 하고 볶음우동을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너무 짜다며 얼마 먹지 않고 잠이 들었고 그 곁에서 나도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땐 아직 어두운 밤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불빛을 가로막고 있는 커튼 속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여니 찬 공기가 유입되었다. 늦게까지 길에서 친구와 이야기하는 소리, 어딘가로 걸어가는 소리,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다시 깼을 땐 환한 아침이었다. 배가 고픈 아이들은 남아있던 볶음우동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과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 중앙역(Hbf)에서 고속열차 이체에(InterCity Express, ICE)를 타고 벨기에(Belgium·Belgique)의 수도 브뤼셀(Brussels)로 떠났다.


아무것도 못한 여행 첫날이었지만 새벽녘 본 창밖 풍경은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주었고 아침 일찍 다시 찾은 중앙역에서 전날 볼 수 없던 활기를 느낀 우리들은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역 안에 맛을 고를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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