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유 : 성숙
눈이 옵니다. 유치원생인 저는 신이 납니다.
눈이 녹기 전에 옆집 단짝 친구와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 기대감 때문이지요.
눈이 옵니다. 중학생인 저는 설렙니다.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등교하는 길엔 왠지 모를 낭만이 깃들어 있거든요.
눈이 옵니다. 직장인인 저는 짜증이 납니다.
빽빽하게 줄을 선 지하철이 떠오르며, 벌써부터 양쪽 무릎이 시리기 시작합니다.
눈이 옵니다. 반백수(?)인 저는 글쎄요.
별 생각이 없네요.
눈은 그대로입니다. 계절을 바꾸지도, 모양을 바꾸지도, 색깔을 바꾸지도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오직 눈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나’ 자신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각자만의 공장을 돌리고 있는 것 같아요.
각자의 공장에 재료(현상)를 투입(인식)하고, 가공(해석)을 거쳐 결과물(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특이한 건, 같은 재료를 넣어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건 물론이고, 한 사람 안에서도 시시때때로,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 끝없이 변화를 반복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최상의 재료를 정성껏 손질해 투입해도 꼬이고 뒤틀린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다른 누군가는 한껏 엉킨 실타래를 투입했음에도 종국에는 멋들어진 스웨터를 짜내기도 합니다.
같은 현상을 인식하고도 어떤 이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어떤 이는 절망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현상을 인식합니다.
도처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있는 현상을 그대로 인식해야만 하죠.
인식된 현상들은 우리의 무의식에 뿌리내립니다.
무의식은 자동화된 공장처럼 평소 작동하던 대로 움직이려 합니다. 기존의 경험이나 생각이 재료가 되어 함께 작동하며 현상을 해석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합니다.
공장에는 어딘가 고장이 난 부분들도 있습니다. 크고 작게 모가 나거나 긁혀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편견이나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새겨진 아픔이나 상처로 인해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이 날뛰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을 잡아내지 못하면 결국 잔뜩 꼬인 불량품이 나오게 되는 거죠.
멋들어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멋대로 돌아가는 무의식의 가동을 잠시 멈추고, 어긋나고 고장 난 부분을 살펴보고 수리해야 합니다.
수리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며, 부정적인 현상일지라도 현명하게 해석하여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꾸준한 성찰을 통해 내면을 정제하고 단련함으로써 인간은 한층 성숙해집니다.
성숙한 사람에게는 '현상을 건강하게 해석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재료를 투입해도 결국은 멋진 아웃풋을 만들어냅니다. 절망의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말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 수 있다."
여러분의 공장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나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