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불공정하게 느껴지나요?

오늘의 사유 : 공정

by 루누


같은 공간, 똑같이 주어진 시간, 모두에게 미리 알려준 범위, 비밀리에 출제된 문제, 정해진 답.

똑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고 적표가 나옵니다.


러한 '시험'이라는 시스템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 만큼 투명한 점수로 결과를 내어주고 노력한 만큼 결과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심어니다.

우리는 시험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공정함을 배우면서 자라게 되죠.


그런데 성인이 되고 사회에 들어가면, 내가 알았던 세상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직장생활이 '운칠기삼'이라고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하던 선배를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사회에서의 성적표는 학교 시험처럼 정답을 맞힌다고 해서 보장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매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평가자가 누구인지, 조직의 상황이 어떤지, 경쟁자가 누구인지, 누구와 친분관계가 있는지와 같은 것들이 업무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더군요.




생각해 보면 회사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예기치 못한 변수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은 매일매일 바뀌고 있으니까요.

누구는 코인으로 갑자기 경제적 자유인이 되고, 누구는 벼락거지가 되어리기도 하죠. 남의 인생은 술술 풀리는데, 왠지 나만 안 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누구를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심지어는 그냥 운이 나빠서, 하필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만으로, 별거 아닌 그런 이유들로 인생은 전혀 다른 모양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수능 만점자의 말을 다소 다른 의미로 공감하게 됐어요. 살다 보니까 노력한 만큼 공정하게 출력된 건 시험 성적밖에 없었던 것 같거든요. 공부가 쉬운 이유는 그만큼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제 '세상의 공정'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잘 설계된 제도와 시스템이어도,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고,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니까요.


반대로 시험이 공정할 수 있었던 건, 다른 변수들을 대부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인 거지요.

그러니까 공정한 사회는 큰 틀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긴 하지만, 완성하기는 어려운 ‘이데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럼 이 불공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게 좋을까요.

저는 비록 세상은 공정할 수 없지만, 개인은 공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변수는 통제할 수 없지만, 개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정한 세상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을지언정, 각자의 세계에서 공정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나만의 공정 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노력은 결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겁니다.


오늘 읽고 쓰는 글이 나를 성장시킬 거라는 믿음,

오늘 하는 루틴 한 운동이 나의 건강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

지금 꿋꿋하게 해내는 일이 내게 성공을 가져오라는 믿음,

악의 없는 선한 마음으로 한다면 언젠가 되돌아올 거라는 믿음.


그렇게 정직하게 쌓아가는 하루 하루가 언젠가 공정하게 평가된 성적표가 되어 출력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죠. 내가 만드는 공정한 하루들은 오늘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고 동시에 희망이 되어줄 것입니다.


편법을 찾기보단 꾸준한 우직함을 믿고,

행운을 바라기보단 진실된 노력을 믿으며 살아간다면,

세상의 환란 속에서도 내가 쌓아 올린 공정함이 결국은 나를 지켜줄 것입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소모하지 마라.

그 대신, 당신의 하루를 다듬어라."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살고 계신가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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