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작가는 ‘독자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길 바란다’고 썼지만 독자로서는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나와 너의 이야기, <모순>
무엇이 모순인가, 궁금해하며 처음 책을 집어 들었는데 그 제목에 충실하듯 이야기 곳곳에는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우리네 삶의 모순들이 구석구석 숨겨져 있다가 주인공 안진진을 통해 하나 둘 표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숨 쉴 틈 주지 않고 공격해 오는 삶의 불행을 통해 더욱 생생해지는 어머니, 넘쳐버린 나머지 그 유난하고 특별한 사랑을 감당하지 못한 채 가족에 대한 책임을 등져버린 아버지, 모든 사랑의 증거들이 가리키는 화살표의 대상(김장우) 대신에 심심할 정도로 예외가 없는 그래서 묘하게 거슬리는 상대(나영규)를 선택한 안진진까지. 나는 안진진의 선택에 대해 나름 고민해 보다가 안진진이 나영규와의 결혼을 통해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적절히 배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안진진과 김장우에게는 없는 경제적 여유와 안정감, 동시에 그것이 주는 ‘무덤 속 같은 평온’을 구하기 위해… ‘온 생애를 바쳐 인생을 탐구’하러 모순 속으로 기꺼이, 뚜벅뚜벅 들어간 것이라고.
(몇 가지 모순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아버지처럼,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이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