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와 '과대', 대학 들어가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
나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남들이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학생회'와 '과대' (다른 명칭으로는 과 대표, 학번 대표 -> 뻔대, 1학년일 경우 '새내기 대표'라고 부르기도 한다, ft. 00학번 00학과 정 / 부) 를 대학 들어와서 어쩌다 보니 둘 다 해버렸다.
(이를 통해 생각보다 나라는 인간이 감투 쓰기를 즐기는 관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과대는 정말 우연하게도 갑자기 마음속에서 불쑥 용기가 솟아나서 지원하게 됐고, 학생회는 과 학생회도 아니고 우리 학교 총학생회를 했는데 이건 의도한 게 맞았다. (일부러 하고 싶어서 했다)
아마 과/전공/반마다 대표 선출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과같은 경우는 학번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개강 총회날의 논의 안건 중 하나로서, 매 학기마다 새로운 학번 대표를 선출했다. 바야흐로 2023년(사실 1년밖에 안 되긴 했다), 입학을 한지 반 년도 지나지 않았던 1학년 1학기에 생애 첫 대학교 개강총회에 참석했다. 사실 개총은 개총 그 자체를 목적으로 간다기보다는, 끝나고 진행하는 뒷풀이 혹은 회식을 가기 위해 참석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긴 하다. 그래서 나도 잘 알지 못하는 같은 학번 동기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마음으로 2023년도 1학년 1학기 개총에 참석을 했다.
그런데 이제.. 앞에서 안건 '가'로 학생회비 지출 공개 내역? 혹은 학생회비 관련 어떤 안건 관련 논의를 끝낸 다음에 대망의 학번 대표 선출이 진행되었다. 사실상 윗 학년 선배님들은 이미 학번 대표 선출을 그동안 여러 번 해오셨을 거라 1학년 새내기들의 학번 대표를 누가 하게 될지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을텐데 처음에는 후보로 나갈 사람을 자원받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는데, 예상대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굉장히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과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는 속으로 '이걸 해 말아'만 백 번 천 번 외치고 있었는데 몇 분동안 기다려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개총을 진행하시던 선배님께서 '그러면 후보를 추천 받도록 하겠습니다' 하시면서 다른 사람을 추천해도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랬더니 우리 동기 중에 나름 존재감 있던 한 여자 동기 친구가 '저는 OOO 오빠를 추천합니다!~~~' 하면서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그 오빠랑 그 친구 둘 다 학년 초반의 존재감 뿜뿜하던 인싸 포지션이었다) 선배님께서 같은 학번 오빠에게 출마 의사가 있는지 여쭤보셨다. 그 오빠분은 잠깐 망설이다가 출마를 결정했고 흔히 예상되는 주변의 '오~~ 오~~'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약간 의기소침해진 나는 '그냥 나가지 말까..'를 하다가 주변의 다른 선배님들께서 2학기 되면 지금보다 더 출마하기 어려워진다는 말씀에 갑자기 속에서 불쑥 용기가 생겨서 손을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래도 그 오빠가 사회성도 좋고 되게 털털하고 여러모로 다른 동기들과 이미 빠르게 친해진 상태같아서 (적어도 내 눈에는 완전 이렇게 보였다) 그 오빠랑 둘이서 겨뤄서 과대에 선출될 자신이 정말 1도 없었다. 그 와중에 다른 여자 동기 한 명이 부과대로 자원을 해서 (우리 과는 과대 1명, 부과대 각 성별마다 1명씩 총 3명을 뽑는다) 더.. 의기소침해져버린 나..
그래서 이제 그 오빠와 내가 각자 앞으로 나와서 동기들 앞에서 포부를 (?) 과대가 되면 어떻게 일할 건지를 말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그 당시에 동기들 앞에서 겉으로는 진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에서는 심장이 미친듯이 빠르게 뛰었는데 (여기서 떨어지면 처음부터 개쪽 아닐까 ㅠ ㅅ ㅠ 하는 걱정에... 지금의 나라면 별 신경 안 쓸 것 같긴 하다) 개표 과정에 자꾸 나랑 그 오빠가 한 표씩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거다 ( ㅠㅠㅠ 그래서 한 표씩 공개할 때마다 동기들이 오~~ 오~!!!! 이러니까 더 심장 쫄렸다 췌) 정말 놀랍게도 ?
몇 표 차이로 내가 1학년 1학기 과대에 당선이 되어버린다. (전혀 예상 못함)
앞에 나와서 1학년 1학기 새내기 대표? 과대로 선출된 소감을 말하라길래 얼떨결에 나왔는데 내가 뭔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목소리가 약간 덜덜 떨린 것 같은데 그 당시에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모르겠다 하핫. 그리하여 완전 처음으로 제대로 감투를 쓰게 되어서 . . . 앞으로의 과대 일은 어떨지를 상상하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의 한 학기 과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과대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바쁘지 않았다. 다른 과 친구들을 들어보니 어떤 곳은 과대가 할 일이 정말 많아서 힘들다고도 했는데, 우리 과는 '과대/부과대'가 '과 학생회'에 소속되지 않아서 (둘이 별개였다) 다른 과 소속 과대가 할 일을 대부분 학생회 선에서 끝냈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 외부/학교 전체 공지를 모아서 23학번 과 단톡방에 전달하기
- 23학번 전체 과티 및 과잠 신청 수합 (단톡방에 공지 때리기 + 구글 폼으로 수합 받기 + 수량 / 사이즈 확인 등)
- 기엠티 (Q. 기엠티란? 과 전체가 아닌 같은 학번 사람들끼리만 가는 MT) 수요 조사 및 확정
- 흑잠 (보통 과에서 두 가지를 맞춘다. 1. 파란색-흰색 조합의 과잠 2. 검은색-금색/검은색-은색 조합의 흑잠) 디자인 변경 여부 조사 -> 단톡방에 투표 올리기, 과 내에서 디자인 공모 받기, 과잠 제작 업체에 디자인 의뢰 맡기기 등
- 배송 온 과티/과잠 받아서 국제캠퍼스로 전달하기
- 교운위 참석하기 (aka. 교육 계열 운영 위원회 - 우리 과의 공식적인 동아리 회장/부회장, 새내기 대표/부대표, 과 전체 학생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모여서 과 내부 공식 안건에 대해서 논의하는 회의다.)
- 종종 과 생활에 대해서 들어오는 질문에 대해 답변해주기 (정말 다행히도 이때 우리 과의 든든한 학생회장 선배님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부과대 동기들과 의견이 안 맞거나.. 내가 과대로서의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생각이 짧았던 모먼트도 있었다.. 마냥 쉬운 과정은 아니었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기도 했다. 학창시절과 같은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과대 생활을 했는데 막상 끝날 때쯤 되니까 다른 과에서는 보통 1년 단위로 맡는 임기가 한 학기만에 끝나버려서 아쉽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대' 포지션을 추천하나?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솔직히 어디를 찾아봐도 남들이 다 하지 말라는 직책 중에 하나라서 직접 겪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과대에 자원한 것도 있었다. 막상 해보고 나니 든 생각은
1) 1학년 때는 다른 학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바빠서 정말 해보고 싶다는 해보는 것도 NOT BAD !
2) 취업할 때나 대외 활동같은 거에 지원할 때 엄청 어필이 되는지는 좀? 의문이다. 본인이 과대라는 직책을 맡으면서 어떤 일과 활동을 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3)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물론 이것도 과마다 케바케다. 어떤 친구는 과대하면서 자기 시간을 생각보다 너무 너무 많이 뺏긴다고 완전 싫어하던데, 나는 우리 과가 학생회 차원에서 많은 일을 처리하다보니 학생회장 선배님께 내가 더 해야 할 일이 없는지 여쭤봤을 때도 크게 더 할 일이 없었다. (바쁠 때는 잠깐 바쁘고, 그 외 나머지 시간에는 크게 할 일이 없는 느낌?)
4) 하고 싶으면 해라. (특히나 나처럼 직접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봐야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